[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영국의EU 탈퇴 결정에 따른 충격이 전세계 금융시장을 강타한 가운데 영국 증시가 국민투표 이후 오히려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금융업계 이코노미스트와 학계 경제학자들이 일제히 브렉시트 결정에 따른 영국 경제 침체 리스크를 경고하고 있지만 증시는 아랑곳하지 않은 셈이다.
투자자들은 의아하다는 표정을 짓는 한편 주가 움직임에 대해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런던증권거래소 <사진=블룸버그통신> |
7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런던증시의 FTSE100 지수는 지난달 23일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4%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지수는 연초 이후 4.7% 뛰었다.
이는 같은 기간 범유럽 지수인 스톡스 유럽 600 지수와 뉴욕증시의 S&P500 지수가 각각 11.9%와 2.7% 내린 것과 대조적인 움직임이다.
무엇보다 글로벌 증시의 급락을 초래한 도화선이 영국에 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최근 주가 움직임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일부 영국 언론은 최근 주가 상승을 두고 ‘브렉시트 붐’이라며 다소 냉소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투자자들은 지수를 구성하는 기업 가운데 해외 매출 의존도가 높은 다국적 기업의 비중이 높다는 데서 한 가지 해답을 찾았다.
제임스 아이슬리 JP모간 애셋 매니지먼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FTSE100 지수는 영국 경제보다 글로벌 경제와 연동하는 성향을 지니고 있다”며 주가 상승의 이유를 설명했다.
업계에 따르면 FTSE100 지수 편입 기업의 매출액 가운데 70%가 해외에서 창출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를 근거로 볼 때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전후로 한 파운드화 급락 역시 주가 상승에 힘을 보탠 것으로 파악된다.
파운드화는 이날 1.29달러 선에서 거래, 완만하게 반등했지만 여전히 31년래 최저치에 머무는 상황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파운드화의 추가 하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영국 국채 수익률 하락 역시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해외 자금 의존도가 높은 영국의 재정적 특성상 국채 수익률 하락은 자금 조달 비용의 하락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일부 시장 전문가는 정치적인 관점에서 주가 움직임을 해석했다. 런던증시가 경제 현안보다 정치적 논리에 반응하고 있다는 얘기다.
집권 보수당의 총리 후보로 뽑힌 앤드리어 레드섬 에너지부 부장관은 이날 연설에서 국채 수익률 하락에 따른 자금 조달 비용 하락과 주식시장의 강한 저항력을 앞세워 영국 경제의 펀더멘털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했다.
이 밖에 최근 유가를 포함한 원자재 가격의 상승 역시 FTSE100 지수 상승에 힘을 보탠 것으로 판단된다. 에너지와 광산 섹터의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FTSE100 지수 이외 다른 영역에서는 브렉시트에 따른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국내 매출 의존도가 지배적인 250개 기업으로 구성된 FTSE250 지수가 국민투표 이후 7% 떨어진 것이나 금융주가 두 자릿수의 낙폭을 기록한 것은 영국의 EU 탈퇴에 따른 경제적 충격의 강도를 예고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