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뉴욕증시가 사상 최고치 기록을 연일 갈아치우는 가운데 독일 정부가 13일(현지시각) 10년 만기 국채를 마이너스 수익률에 발행했다.
미국뿐 아니라 유럽과 아시아 증시가 이른바 포스트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랠리를 연출하는 사이 선진국 국채 수익률은 브레이크 없는 하락을 이어갔다.
대표적인 위험자산이 천정을 뚫고 오른 동시에 최고의 안전자산 가격 역시 동반 강세를 보인 셈이다.
이를 두고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 극단적인 해석이 나왔다. 더블라인 캐피탈의 제프 건드라크 대표가 시장의 ‘집단 정신병’이라는 진단을 내린 것.
월가 트레이더들 <출처=블룸버그> |
지난 2008년 미국 금융위기 이후 과거 자산시장의 논리가 더 이상 성립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꼬리를 물었지만 최근 들어 극심하게 ‘비전통적인’ 상황을 연출하는 시장 움직임에 투자자들은 당혹스럽다는 표정이다.
선진국 국채시장은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여전히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전보다 낮은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날 독일은40억3800만유로 규모의 10년 만기 제로 쿠폰 국채를 마이너스 0.05%에 발행했다. 유럽 금융시장 전반의 벤치마크로 통하는 독일 10년물 국채가 마이너스 수익률에 발행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이 밖에도 투자자들의 리스크 회피 움직임을 반영하는 정황이 다수에 이른다. 일본과 영국 국채 수익률의 하락과 엔화 및 금값 상승이 이에 해당한다.
또 이날 UBS는 미국 고액 자산가들의 현금 보유 비중이 사상 최고치에 달했다고 전했다. 브렉시트 충격부터 11월 미국 대선까지 투자자들의 위험 자산 투자를 가로막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최근 주식시장은 이와 엇갈리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뉴욕증시의 S&P500 지수는 지난 11일 2137.16으로 마감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데 이어 12일 2152.14로 고점을 또 한 차례 높였다. 다우존스 지수 역시 같은 날 1만8347.67에 마감해 사상 최고치 기록을 세웠다.
맨해튼 금융권 <출처=블룸버그> |
13일 장 초반 뉴욕증시는 강보합으로 출발, 국내외 불확실성에도 강한 내성을 과시했다.
유럽 증시 역시 브렉시트 공포를 엿보기 어렵다. 지난달 23일 영국의 국민투표 결과로 급랭했던 투자 심리는 강력한 반전을 이뤘고, 주요 증시는 최근 4일 연속 상승한 뒤 13일 약세로 전환했다.
자산시장의 이례적인 움직임은 주식과 국채에 제한된 얘기가 아니다. 그 밖에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이 전례 없이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짖거이다.
르네상스 매크로에 따르면 지난 2000~2007년 사이 선진국과 이머징마켓의 금리 아비트라지에서 발생하는 리스크 조정 수익률과 미국 S&P500 지수 수익률의 상관관계는 0.18에 그쳤지만 지난 8일 기준 30일간 상관관계는 0.77에 달했다.
하이일드 본드와 S&P500 지수의 수익률 상관관계 역시 금융위기 이전 0.06에서 최근 0.67까지 치솟았고, 상품 바스켓과 벤치마크 주가 지수의 상관관계는 같은 기간 마이너스 0.01에서 0.58로 뛰었다.
금융위기 이후 주요국 전반에 걸친 비전통적 통화정책이 자산시장 전반의 동조 현상을 부추겼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린 가운데 투자자들은 보다 정확한 진단을 내리는 데 골몰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필론카 국제통화기금(IMF) 이코노미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자산 시장이 극심한 전염 증세를 보이고 있다”며 최근 상황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콜린 시진스키 CMC 마켓 전략가는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미국 국채 수익률이 바닥권으로 밀린 것은 안전자산 비중을 늘리려는 해외 투자자들의 적극적인 매입으로 인해 바닥권으로 떨어진 것”이라며 주식과 국채 움직임의 엇박자를 설명했다.
경고의 목소리는 주식과 채권을 모두 향하고 있다. 골드만 삭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채권과 주식 모두 턱없이 비싸고, 매수에 나설 때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 JP모간을 포함한 월가 투자은행(IB)은 국채 수익률이 급반등할 가능성을 경고한 바 있다.
테미스 트레이딩의 마크 케프너 주식 트레이더는 블룸버그와 인터뷰를 통해 “브렉시트를 둘러싼 뉴스 헤드라인에 변화가 발생하는 순간, 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언급하는 순간 주식시장이 급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