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광수 기자] 현대증권 소액주주들이 현대증권 이사들을 상대로 주주대표소송을 준비 중이다. 이들은 앞서 현대증권 이사진이 KB금융지주에 현대증권 자사주를 과도하게 싸게 팔았다는 주장을 해 왔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증권 소액주주들은 지난 5일부터 한누리 법무법인을 통해 주주대표소송에 참여할 소액주주를 모집해 전날 자정쯤 소송위임을 마무리했다. 주주대표소송은 주주가 회사를 대신해 이사의 의무위반에 대해 법원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제도다.
논란의 시작은 지난 5월 31일 이사회. 이날 현대증권 이사들은 KB금융지주에 자사주 1671만5870주(발행주식 총수의 7.06%)를 이날 종가인 주당 6410원에 매각하는 결의를 했다. 이에 띠라 지난 6월 24일 KB금융지주는 현대증권 주식을 시간외대량매매로 매입해 7.06%지분을 추가로 확보했다. 현재 KB금융지주가 보유한 현대증권 지분은 29.62%다.
소액주주와 한누리 법인 측에서는 현대증권 이사들이 이사회를 통해 정한 자사주 처분가격이 현대상선이 KB금융지주에게 매각한 가격 주당 약 2만3000원의 1/4수준에 불과해 염가 매각이라는 주장이다.
한누리 관계자는 "상법 403조에 의거해 주주들이 회사를 대신해 이사에게 직접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다"며 "이사들은 회사와 주주의 이익을 위해 자사주의 처분시기와 가격 등을 결정하지 않고 대주주에 유리한 가격으로 매각한 것이어서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대증권 입장에서는 자사주를 처분할 재정적인 이유가 없다. 시간외매매가 아니라 시장에서 매매했더라면 가격이 올라 더 많은 값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협상을 통해 보다 높은 가격을 취할 수 있었을텐데 이러한 노력 없이 시장가라는 이유만으로 매도한 것이 정당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인수할 때 가격은 경영권까지 가져가는 프리미엄이 있으며, 지난 6월은 단순한 자사주 매매로 봐야 한다"며 "인수와 자사주 매매는 다른 사안이라 염가 매매라고 볼 수 없다"고 언급했다.
한편 소액주주들이 소송까지 제기하고 나선 것은 향후 있을 KB투자증권과의 합병비율 산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주주대표소송에서 승소해도 배상금은 회사로 귀속되기 때문에 승소한다고 할지라도 당장 소액주주들에게 돌아가는 몫은 없다.
현대증권 한 소액주주는 "승소해도 주주들에게 직접적인 혜택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공정한 합병비율산정을 KB금융지주에 요구하는 메시지가 될 것"이라며 "추후 합병비율이 불공정하게 나온다면 합병무효의 소까지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현대증권 노동조합도 소송 참여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노조측은 이날 소액주주측으로부터 소송 참여 공문을 받았다. 오는 20일 중앙집행위원회를 통해 정확한 입장을 표명할 예정이다.
노조측 관계자는 "조합원 대부분 우리사주를 갖고 있는 상황"이라며 "합병비율에 따라 재산권 형성이 불리하게 작용될 수 있으므로 소송 참여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한누리 법무법인은 다음주 현대증권에게 이사의 책임을 추궁하는 소송을 제기할 것을 청구할 예정이다. 회사가 청구를 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소를 제기하지 않으면 주주대표소송을 진행할 계획이다.
[뉴스핌 Newspim] 이광수 기자 (egwangs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