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영태 기자] 황교안 국무총리는 15일 한·미 양국의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지역으로 확정된 경북 성주를 찾아 사전에 정부 입장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 점을 사과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욕설을 하고 물병과 계란을 던지는 주민들의 거센 반발로 사드설명회는 중단됐다.
15일 오전 경북 성주군 성주읍 성주군청 주차장에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주민 설득에 나선 황교안 국무총리와 한민구 국방장관에게 주민들이 물병과 계란을 던지며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사진=뉴시스> |
황 총리는 이날 오전 경북 성주군청에 마련된 주민설명회장을 찾아 "엊그제 사드 배치 발표를 들으셨을 때 여러분께서 예측하지 못한 발표를 듣고 얼마나 놀라셨을지 정말 안타까운 마음으로 저도 이 자리에 섰다"며 "여러분들에게 미리 말씀드리지 못한 점을 다시 한 번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 북한이 하루가 멀다 하고 핵 도발에 힘쓰고 있다"며 "국가의 안위가 어렵고 국민의 생명과 신체가 위태로운 상황에 처해서 국가로서는 이에 대한 대비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성주는 일제치하에서 독립청원서를 만들어서 파리만국회의에 제출한 김창숙 선생님을 비롯한 많은 유공자와 독립운동가, 학자를 배출한 충정의 고장"이라며 "이런 성주가 사드 배치 지역으로 발표된 이후에 지역 주민께서 참으로 많은 우려를 하고 계신 걸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저는 총리로서 무엇보다도 이 지역 주민들의 안전에 대해서 생각하고 고민하고 있다"며 "정부는 주민 여러분께서 지금까지와 같이 아무런 걱정 없이 생업에 종사하실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농작물 안전에 이르기까지 이 부분에 관해서 충분하게 검토하면서 여러분들이 아무런 걱정을 하시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황 총리는 "어제 국방과학연구소에서 사드 레이더와 아주 비슷한 그린파인레이더에 대해서 전자파 강도를 검사한 결과 우리 인체 보호기준보다 훨씬 낮은 그런 평가가 나왔다"며 "정부에서는 이 부분에 관해서 정말 10번, 100번 점검하고 살펴서 여러분들 안전에 위협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조금이라도 여러분들의 안전에 문제가 있다면 정부가 이걸 할 수가 없다"며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황 총리와 동행한 한민구 국방부 장관도 현장에서 "성주군민 여러분께 미리 설명 드리고 이해와 협조를 구하지 못한 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자세를 낮췄다.
한 장관은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국민을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다. 그 과정에서 최적의 군사적 효용성을 확보하는 지역이 성주 지역이었다"며 "사드의 전자파나 기타 문제는 주민의 건강과 안전에 전혀 위해하지 않음을 저희들이 과학적으로 입증하겠다"고 역설했다.
하지만 황 총리와 한 장관의 연설 도중 현장에 있던 주민들은 물병을 투척하고 욕설을 하며 강하게 항의했다.
"북한 핑계대지마라" "물러가라" "사드 배치 결사 반대" "네가 여기 살아라" "책임져라" "입만 열지 말고 행동을 해라" 등 거친 발언들이 쏟아져 나왔다.
주민들의 항의가 심해지면서 황 총리의 발언이 끊기거나 물병과 계란에 맞기도 했다. 상황이 악화되자 황 총리 일행은 군청을 빠져나가기 위해 황급히 군의회 건물 뒤편에 준비해 둔 미니버스에 올라탔으나 주민들에게 둘러싸여 현재 2시간 넘게 대치중이다. 주민들은 황 총리 일행이 탄 미니버스를 트랙터로 막고 있다.
김항곤 성주군수는 "너무나도 참담하다. 중앙정부가 지방정부를 상대로 어떻게 한마디 상의도 없이 모든 절차를 무시하고 하루아침에 일방적으로 이런 엄청난 결정을 했는지 저희 군민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며 "왜 정부는 착하디착한 우리 군민을 버리냐. 왜 정부는 우리 성주 군민의 일방적인 희생만을 강요하냐"고 따졌다.
그는 "소통과 협력을 지향하는 정부의 3.0 정책은 어디로 갔단 말이냐"며 "공황상태에 빠진 우리 군민의 마음을 제발 헤아려서 사드 배치 결정을 당장 철회해주실 것을 강력히 요청드린다"고 촉구했다.
[뉴스핌 Newspim] 이영태 기자 (medialyt@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