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글로벌 외환시장의 트레이딩 비중 상위권에 해당하는 유로/달러가 지난해 10월 이후 요지부동이다.
200일 이동평균선이 1.10달러 선에서 미동조차 보이지 않는 상황. 지난해 초부터 9월말까지 환율이 1.30달러 내외에서 1.10달러 선까지 출렁인 것과 크게 대조적인 모습이다.
외환시장 트레이더들은 중앙은행의 부양책에 대한 기대가 꺾인 데 따른 피로감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유로화 <출처=블룸버그통신> |
유럽중앙은행(ECB)을 포함한 주요국 중앙은행이 여전히 금융시장 안정과 실물경기 부양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지만 투자자들의 신뢰는 이미 크게 저하됐고, 이 때문에 정책자들의 ‘입’에 환율이 반응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실제로 전날 ECB의 통화정책 회의 후 마리오 드라기 총재가 향후 수 개월 사이 부양책 확대 가능성을 제시했지만 유로/달러는 보합권 움직임을 보이는 데 그쳤다.
환율 움직임의 절대적인 변수였던 중앙은행의 행보가 예전만큼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는 가운데 트레이더들은 무역수지와 지정학적 리스크 등 다른 변수에 대한 환율 반응을 살피는 모습이다.
크리스 카프만 매뉴라이프 애셋 매니지먼트 트레이더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중앙은행의 외환시장 통제가 한계를 맞았다”며 “시장은 피로감을 드러내고 있다”고 전했다.
드라기 총재의 부양책 발언에도 유로화가 떨어지지 않자 헤지펀드를 포함한 투기거래자들은 긴장하는 표정이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지난주 기준으로 유로화 하락 포지션은 상승 포지션에 비해 8만7660건 웃도는 것으로 집계됐다. 투기거래자들의 예측이 적중하지 않을 경우 하락 베팅에서 손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최근 유로/달러 환율의 움직임은 지난 2014년 6월 ECB가 첫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도입한 뒤 9개월에 걸쳐 유로화가 20% 폭락했던 것과 뚜렷하게 대조된다.
이후에도 ECB는 자산 매입 프로그램의 확대를 포함한 추가 대응을 내놓았지만 유로/달러 환율은 1.10달러 선에 갇힌 모습이다.
전체 외환시장 거래에서 25%의 비중을 차지하는 유로/달러가 가까운 시일 안에 교착 국면을 벗어나기는 힘들다는 것이 외환시장 전략가들의 판단이다.
유로/달러의 3개월 내재변동성은 8.6%로 2014년 11월 이후 최저치를 나타내고 있다.
리처드 켈리 토론토 도미니온 뱅크 전략가는 “최근 유로/달러 환율의 방향에 대한 의견이 거의 제시되지 않고 있다”며 “공격적인 통화정책 없이는 큰 폭의 환율 등락이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