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영태 기자] 북핵과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남중국해를 둘러싼 동북아시아의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등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관련 연례 외교장관 회의가 24일부터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에서 열려 각국의 치열한 외교전이 예상된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지난 4월28일 중국 북경에서 열린 '제5차 아시아 교류 및 신뢰구축회의(CICA) 외교장관회의'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과 양자회담을 가진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외교부/뉴시스> |
비엔티안 국립컨벤션센터(NCC)에서 사흘간 일정으로 열리는 이번 회의에는 6자회담 당사국 외교수장인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리용호 북한 신임 외무상,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모두 참석한다. 올해 초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6자회담 참가국 외교수장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24일 낮(현지시각) 라오스에 도착해 사흘간 한·메콩, 한·아세안, 아세안+3(한중일), 동아시아정상회의(EAS), ARF 등 5개 지역 협의체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윤 장관은 24일 베트남 외교장관과의 회동을 시작으로 미얀마의 '민주화 영웅' 아웅산 수치 외교장관, 아세안 의장국인 라오스 외교장관 등 잇따라 만날 예정이다. 25일에는 케리 장관, 기시다 외무상과 회담할 것으로 전해졌다. 또 왕이 부장과의 회담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리용호 외무상을 단장으로 한 북한 대표단도 ARF 등 아세안관련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같은 날 출국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취임 후 첫 다자외교 무대에 나서는 리 외무상이 어떤 메시지를 가져올지도 관심이다.
외교가에선 리 외무상이 오는 26일 ARF 외교장관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북한의 핵과 미사일개발은 핵-경제 병진노선의 일환으로, 정당한 자위적 조치라는 입장을 거듭 강조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각국 외교장관들은 ARF를 비롯한 공식 다자회의와 다양한 양자 접촉을 통해 북핵과 사드, 남중국해 분쟁 등 역내 현안을 둘러싸고 열띤 외교전을 펼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제사회는 사드ㆍ남중국해 문제로 한미일 대(對) 북중러의 대립 구도가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과연 한미일이 주도하는 대북압박과 제재 공조에 한 목소리를 낼지 주목하고 있다. 윤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 간 양자회담이 성사될 경우 사드 배치 결정 이후 한중 간 대북 공조 이완 여부를 가늠할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남북 외교수장 간 회동도 관심이다. 정식 회동은 예정되지 않았으나 25일 저녁 라오스 외교장관이 참가국 외교장관들을 상대로 환영만찬을 주최할 예정이고, 26일에는 북한이 참여하는 ARF 회의에서 남북 외교수장이 조우할 가능성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윤 장관과 리 외무상 간 예정된 만남이나 행사 중 자연스럽게 겹치는 동선은 없다고 말했다.
한일관계와 관련해선 윤 장관과 기시다 일본 외무상 간 회담에서 이달 말 일본군 위안부 재단 발족을 위해 일본이 약속한 10억엔(약 107억원) 거출 시기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뉴스핌 Newspim] 이영태 기자 (medialyt@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