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이틀간의 통화정책 회의를 마친 가운데 월가의 투자자들은 성명서의 한 문장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다.
미국 경제 전망의 단기 리스크가 줄어들었다는 연준 정책자들의 진단이 9월 금리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것인가를 놓고 월가는 고민에 빠졌다.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는 데 무게가 실리는 한편 내달 26일 열리는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이 이에 대해 보다 명확한 입장을 제시할 것이라는 기대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 <출처=블룸버그> |
26~27일(현지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성명서를 확인한 투자자들은 지난달 회의 결과와 달리 경제 펀더멘털에 대한 연준의 시각이 전반적으로 개선됐다는 데 입을 모았다.
무엇보다 영국의 EU 탈퇴 충격을 우려했던 정책자들이 미국 경제의 단기 리스크가 감소했다고 평가한 데서 9월 금리인상 가능성이 강하게 엿보인다는 해석이다.
루크 타일리 윌밍턴 트러스트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9월 금리인상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9월 통화정책 회의까지 경제 지표가 탄탄하게 뒷받침될 경우 지난해 12월에 이어 두 번째 금리인상이 단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머 이사이너 커먼웰스 포린 익스체인지 애널리스트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이번 회의 성명서는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크게 높였다”며 “이르면 9월 통화정책 정상화를 단행할 뜻을 내비친 셈”이라고 해석했다.
성급한 판단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번 회의에서 제시된 정책자들의 경기 판단이 상당히 개선됐고,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 사실이지만 앞으로 브렉시트를 포함한 외풍에 따른 금융시장 움직임과 경제 지표 추이에 따라 정책자들의 행보가 달라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일부에서는 연말까지 한 차례의 금리인상이 이뤄지더라도 9월보다 12월에 무게가 실린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영국의 EU 탈퇴에 따른 영향이 파악되지 않은 데다 글로벌 경기 둔화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정책자들이 신중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관측이다.
마크 케프너 테미스 트레이딩 주식 트레이더는 “거시경제 지표가 지속적인 호조를 이룬다는 전제 하에 12월 금리인상이 단행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연준은 아울러 외풍에 따른 충격이 완화된 것을 마지막까지 확인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앤서니 발레리 LPL 파이낸셜 채권 전략가는 “이번 성명서 내용을 근거로 금리인상이 임박했다고 보기는 부족하다”며 “연준이 금리인상 카드를 내려놓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을 뿐 그 이상의 의미를 두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게너디티 골드버그 TD증권 전략가 역시 “경기 리스크에 대한 연준의 평가가 개선됐지만 정책자들은 글로벌 경제 성장 둔화와 브렉시트로 인한 충격에 여전히 커다란 경계감을 내비치고 있다”고 판단했다.
한편 이날 WSJ와 마켓워치 등 주요 외신들은 9월 금리인상 가능성이 이번 회의 이전보다 크게 열렸다는 데 무게를 실었다.
투자자들은 내달 열리는 잭슨홀 미팅으로 시선을 이동하고 있다. 9월 FOMC를 앞두고 금리인상 시기에 대한 보다 명확한 힌트가 제시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연준 회의 결과에 대해 금융시장은 차분한 반응을 보였다. 나스닥 지수가 0.8% 가량 오른 가운데 다우존스 지수와 S&P500 지수는 0.1~0.2%의 완만한 상승에 그쳤다.
달러화가 엔화에 대해 1% 이내로 올랐지만 이는 일본의 부양책 확대 기대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6개 주요 통화 바스켓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 인덱스는 오히려 회의 결과 발표 후 0.35% 내림세를 나타냈다.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장 후반 5bp 내린 1.513%에 거래됐고, 국제 유가는 2.3% 떨어진 배럴당 41.92달러에 마감해 연준 회의 전후 가격 움직임에 큰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