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기락 기자] 정부가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의 국내 판매 차량에 대해 인증 취소를 내린 것은 기업의 무책임한 태도를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예고된 수순이라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정부와 소비자들은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를 상대로 배출가스 조작 사태 등과 관련된 배상을 요구했으나 회사 측은 리콜도, 배상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폭스바겐이 미국 소비자에게 18조원 규모의 배상금을 내놓기로 한 것과 극명하게 대조를 보이고 있다.
환경부는 2일 아우디폭스바겐이 자동차 인증을 받는 과정에서 위조서류로 불법 인증을 받은 32개 차종(80개 모델)에 대해 인증취소 처분을 내렸다. 이 가운데 24개 차종에 대해선 과징금 178억원을 부과했다.
이번에 인증이 취소된 차량은 8만3000대 규모로, 지난 2009년부터 올해 7월 25일까지 판매된 차량이다. 이 가운데 폭스바겐 골프 GTD BMT 등 27개 차종(66개 모델)은 최근까지 판매됐다. 또 아우디 A6 3.0 TDI 콰트로 등 나머지 5개 차종(14개 모델)은 이미 판매가 중단된 차종이다.
환경부 조사 결과,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배출가스 성적서 24차종을 비롯해 소음 성적서 등 총 34차종의 인증을 위반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1월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으로 인증 취소된 12만6000대와 함께 총 20만9000대가 ‘불법 인증차’로 전락하게 됐다.
◆ 환경부 리콜 결정에도 임의조작 불인정..검찰까지 나서
이 같은 대규모 인증 취소의 배경은 지난해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해 9월 미국에서 폭스바겐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 사건이 터지자 환경부가 조사에 나섰고, 10월 아우디폭스바겐 15개 차종 12만대 리콜을 전격 결정했다.
하지만, 리콜은 반년 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올 1월부터 6월까지 총 세 차례에 걸쳐 환경부에 리콜 계획서를 제출했으나 환경부가 반려했기 때문이다. 아우디폭스바겐이 배출가스 불법 조작(임의조작)에 대해 인정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아우디폭스바겐 측은 “한국과 유럽에서는 법적으로 임의설정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되풀이해왔다.
이 때문에 아우디폭스바겐의 리콜 대상인 12만대는 지난해부터 사실상 방치될 수 밖에 없었다. 미국 소비자와 달리 한국 폭스바겐 소비자가 ‘봉’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불특정 다수의 한국인들은 이들 폭스바겐 소비자가 타고 다니는 차량의 과도한 배출가스를 직간접적으로 마실 수 밖에 없게 됐다.
환경부와 아우디폭스바겐의 마찰에 검찰까지 나섰다.
검찰은 올초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서울 강남 사무실을 압수수색한데 이어 6월 평택 PDI(출고 전 차량 점검) 센터에서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가 수입한 유로6 배출가스 의심차량 950여대를 압수하며 강도를 높였다.
게다가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이번 인증 취소를 앞두고 지난달 25일 열린 청문회 자리에서도 인증 조작에 대해 배출가스는 문제없고, 서류상 실수라고 밝혀 공분을 키웠다. 환경부가 리콜 계획서를 반려한 이유에 대해 거듭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 폭스바겐 소비자 4500명 소송..한국 시장 퇴출 시각
지난해부터 아우디폭스바겐 배출가스 소송에 참여한 소비자는 약 4500여명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들 소비자는 아우디폭스바겐에 리콜과 보상을 요구하며 반년 넘게 소송 중이다. 이번 인증 취소로 인해 소송 규모가 더욱 커질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법무법인 바른의 하종선 변호사는 “소송의 메인으로 민법 110조 사기에 의한 계약 취소 및 환불과 예비적으로는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할 것”이라며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가 서류를 변조해 사기 인증을 받은 것이기 때문에 소송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하 변호사는 법무법인 바른을 통해 지난해 폭스바겐 배출가스 소송에 이어 이번 인증 취소에 따른 피해 소송도 나서고 있다.
올해 상반기 아우디폭스바겐 판매는 감소하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집계 결과, 아우디는 올들어 6월까지 1만3058대 판매해 10.3%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폭스바겐은 1만2463대 판매에 그쳐 33.1% 주저앉았다.
아우디폭스바겐 측은 이번 인증 취소에 대해 인정하면서도 향후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관계자는 “저희로선 이런 사태를 만들게 돼서 상당히 죄송하다. 환경부의 결정이 엄격하게 나왔기 때문에 그 결정을 검토하고 내부적으로 소화하는 게 먼저일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서의 평판과 사업 측면에서의 안정화가 매우 절실하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고민해서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다. 모든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가 지난해 불거진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 리콜 여부를 환경부에 떠넘기면서부터 기업의 책임을 회피했다”며 “환경부의 인증 취소 조치는 사실상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의 한국 시장 퇴출을 겨냥하는 것 아니겠냐”고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김기락 기자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