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영국 영란은행(BOE)의 통화완화 결정에 따른 파장이 금융권 곳곳에 침투했다.
파운드화와 영국 국채 수익률이 가파르게 하락하며 즉각적인 반응을 보인 데 이어 시장의 기대치를 웃도는 BOE의 부양책이 가뜩이나 뜨겁게 달아오른 회사채 시장에 유동성 쓰나미를 일으킬 것이라는 전망이 번지고 있다.
영란은행 <사진=블룸버그> |
파운드화 하락이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의견과 함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이번에는 BOE에 발목이 붙들려 연내 금리인상을 단행하기 어려워졌다는 주장까지 이날 회의 결과가 지구촌 금융시장에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투자자들이 가장 주시하는 곳은 파운드화의 추가 낙폭과 채권시장의 유동성 흐름이다. 이날 장중 파운드화는 달러화와 유로화에 대해 각각 1.6%와 1.5%에 이르는 낙폭을 기록했다.
지난 6월23일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셈이다. 25bp의 금리인하가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가 아니지만 전반적인 부양책 규모가 ‘서프라이즈’에 해당한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평가다.
여기에 추가 부양책의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면서 파운드화의 추가 하락이 강하게 점쳐지고 있다.
보리스 슐로스버그 BK 애셋 매니지먼트 전략가는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파운드/달러 환율이 1.30달러에서 지지를 받았지만 이를 뚫고 내릴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말했다.
이날 BOE의 회의 결과 발표 후 HSBC와 도이체방크는 파운드/달러 환율이 1.15~1.20달러 선까지 밀릴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채권시장에서는 BOE의 양적완화(QE) 확대 및 회사채 매입 발표가 단연 화두다. 선진국은 물론이고 이머징마켓 채권까지 자금이 홍수를 이루는 가운데 BOE가 시장 활황에 불쏘시개를 더했다는 판단이다.
영국 파운드화 <출처=블룸버그> |
앤드류 브레너 내셔널 알리안츠 증권 딜러는 CNBC와 인터뷰에서 “기업들이 회사채 시장에서 돈잔치를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피터 부크바 린지 그룹 전략가는 “BOE의 회사채 매입이 영국에 제한됐고 규모가 100억파운드로 적정한 수준이지만 이에 따른 시장 파장은 작지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회사채 수익률이 점점 떨어지면서 결국엔 투자 매력이 희석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금리인하로 인해 영국 기업 퇴직연금의 자본 결손 문제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경고도 나왔다.
대부분의 퇴직 연금은 확정급여형으로 운용되고 있어 만기 시 약정한 수익률을 제공해야 한다. 금리가 떨어질 경우 퇴직연금이 수익률을 올리기 어려워지고, 이 때문에 자본결손이 커질 수밖에 없다.
시장 전문가들은 영국 장기물 국채 수익률이 사상 최저치로 밀린 만큼 퇴직연금의 손실 리스크가 매우 높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이날 10년물 영국 국채 수익률은 장중 16bp 떨어지며 0.641%까지 하락, 사상 최저치를 나타냈다.
일부 투자가들은 연준이 BOE의 부양책으로 인해 올해 금리인상을 단행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퀸시 크로스비 푸르덴셜 파이낸셜 전략가는 CNBC와 인터뷰에서 “전세계 경제 및 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연준의 위치와 달러화 향방을 감안할 때 재닛 옐런 의장이 금리인상을 결정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올들어 달러화는 주요 통화에 대해 3% 하락했다. 하지만 연준 정책자들은 금리인상이 달러화를 끌어올리는 한편 이로 인해 금융 여건이 악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날 시카고상업거래소(CME)에 따르면 이른바 페드워처들은 2017년 7월까지 연준의 금리인상 가능성을 불과 41.4%로 예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