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조인영 기자] 채권단의 압박과 회유에도 한진해운 자구안이 마련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조양호 회장이 손을 놓은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끝내 한진그룹이 한진해운을 포기할 경우, 법정관리 후 현대상선에 흡수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1만TEU급 컨테이너선 한진 코리아호 <사진=한진해운> |
22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은 1조2000억원 규모의 부족자금 마련 방안을 놓고 채권단과의 지루한 줄다리기를 지속하고 있다.
한진해운은 30% 용선료 인하와 채무재조정을 추진하면서 이와 별도로 5000억원 규모의 선박금융 상환 유예를 진행중이나 자율협약 기한인 내달 4일까지 마무리될 가능성은 미지수다.
특히 채권단은 1조2000억원 중 7000억원을 한진에서 내놓아야 한다고 보지만, 한진은 1000%가 넘는 대한항공 부채비율을 감안 시 추가 유증 등으로 자금을 마련하기엔 위험부담이 크다는 입장이다.
또 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한 한진해운에 추가 자금을 내놓는다 해도 회수 가능성은 낮으며, 지금 같은 시황에선 유동성 위기가 또 다시 닥칠 수 있어 결단이 늦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엔 계열사인 ㈜한진에 한진해운의 아시아 노선 영업권과 베트남 터미널 법인 지분을 매각하고 롱비치터미널까지 파는 것을 시도하고 있어 법정관리 이전 알짜 사업을 미리 떼놓는 절차가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
한진그룹이 끝내 해운사를 포기하면 한진해운의 침몰은 불가피하다.
해외 선주들은 채권 회수를 위해 세계 곳곳에 있는 한진해운 선박을 압류해 사실상 영업을 하기 어렵다. 기 가입했던 THE 얼라이언스에선 자동 탈퇴되며 거래해 오던 화주사들은 거래처를 옮기게 되면서 파산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이대로 가다간 한진해운은 법정관리로 회생절차를 밟을 수 밖에 없다. 일각에선 현대상선과의 합병을 놓고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조 회장의 빠른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합병마저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현대상선에 이어 한진해운까지 끌어안게되면 산은의 자기자본비율(BIS)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율협약 조건 미달 시 법정관리 입장을 고수해왔던 산은으로서는 자본확충까지 해가면서 한진과 현대를 합병시켜야 할 이유는 없다"며 "대우조선처럼 국적선사를 이유로 한진해운에 추가로 자금을 투입하는 것이 다른 기회비용 보다 큰 지 냉정히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조인영 기자 (ciy8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