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성웅 기자] 수입차업계를 향한 환경부의 칼끝이 매섭다. 아우디·폭스바겐의 차량 인증조작 사태에서 비롯한 파동이 수입차 업체 전반으로 퍼지면서 환경부가 다른 브랜드의 경유차까지 인증서류를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나선 상황이다.
더욱이 환경부가 가솔린차 인증까지 전면 재검토할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업계가 초긴장상태에 들어갔다.
23일 수입차업계 및 정부에 따르면 환경부는 오는 9월부터 수입차 업체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차량 인증서류 재검토에 들어간다.
아우디·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사건 수사 과정에서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가 대대적으로 인증서류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그 여파가 수입차업계 전반으로 퍼진 셈이다.
현재까지 재검토 대상은 11개 브랜드의 유로6 경유차 110여개 차종이 될 전망이다. 다만 아직 재검토 계획안이 확정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대상이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재검토 계획안은 늦어도 이달 말까지는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는 9월 추석연휴가 다가오기 전까진 내부 서류 검토만이라도 시작하겠다며 의욕을 드러내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현재 조사계획을 수립하는 단계인데, 경유차만 조사할지 가솔린차도 포함할지, 국산차업체의 OEM 자동차 등도 포함할 지 등 다양한 방향을 놓고 검토 중이다"라며 "시일이 오래 걸리는 작업이겠지만 시간적 여유를 갖고 충분히 조사할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
재검토 시기가 다가오면서 경유차 비중이 높은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BMW코리아,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볼보코리아 등 수입차 업체들도 긴장하고 있다. 현재 판매 중인 차량의 인증서류에서 허점이 발견될 가능성은 물론 향후 출시 계획이 잡혀있는 차량의 인증도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소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벤츠코리아는 올해 중 GLS와 GLE 쿠페 신모델 등 총 4종을 출시할 계획이다. BMW는 X5 xDrive 40e, M2 쿠페 등 4개 차종을, 볼보는 신형 S90 등을 내놓을 예정이다.
벤츠코리아 관계자는 "아직까지 어떤 방식으로 재검토가 진행될 지 전달받은 내용은 없다"면서도 "어떤 방향이든 성실하고 투명하게 조사에 응하겠다"라고 밝혔다.
그는 또 "신차출시의 경우 인증과정이 강화된 만큼 미리 준비해서 차질 없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BMW코리아 관계자 역시 "성실하게 응하겠다"면서 "아직까지 신차 출시와 관련해 계획 변동은 없고 최대한 빨리 통과되도록 노력하겠지만 정부에서 보는 기준 자체가 까다로워지다보니 인증 일정이 길어진 것은 사실이다"라고 설명했다.
가솔린 차량만 판매 중인 토요타, 렉서스, 혼다, 링컨, 크라이슬러, 캐딜락 등 6개 브랜드도 마냥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태다.
만약 경유차량을 대상으로 한 인증서류 재검토 과정에서 조작사실이 발견될 경우 추가로 가솔린 차량까지 대상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환경부 역시 현재 재검토 계획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가솔린 차량을 범주에 포함시킬지 말지를 고심 중이다.
또한 이들 브랜드에서 당장 올해 중으로 예정된 신차 출시는 없지만 인증에 걸리는 시간이 길어질 수록 향후 출시 준비기간에도 영향을 주기 마련이다.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관행이라고 여겨지던 일부 업체들의 잘못된 인증절차들로 인해 최근 수입차에 대한 전반적인 불신이 생겨나기 시작했다"라며 "이번 건으로 인증기간이 길어지면 재고계획부터 생산계획까지 전면적인 수정이 필요하는 등 막대한 후폭풍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성웅 기자 (lee.seongwo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