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승환 기자] 우리나라를 찾던 20~30대 젊은 유커들이 일본으로 발길을 옮기면서 한일 양국 관광 업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일본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빈약한 관광 콘텐츠의 한계가 드러나면서 “한국 보다 일본” 이라는 인식이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본 찾는 중국 관광객, 20~30대 젊은층이 주도
일본정부관광국(JTO) 최근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일본을 찾은 중국 관광객은 총 308만명을 기록했다. 이는 우리나라를 방문한 중국인 238만명보다 30% 가량 많은 규모다. 지난 1~3월 이 격차가 20% 언저리였던 점을 감안하면 중국 관광객들의 일본 쏠림 현상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처음 일본에게 중국인 방문객 숫자를 추월 당했다. 작년 1분기 우리나라를 방문한 중국 관광객숫자는 67만명으로 같은 기간 45만명을 기록한 일본보다 47.9%나 더 많았다. 단 1년 만에 상황이 역전된 것이다.
중국인들의 이 같은 일본 관광 쏠림을 젊은 층이 주도하고 있다. 지난 2분기 일본을 방문한 중국 관광객 중 20~30대 여성의 비중이 40%에 육박했던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 최대 온라인 여행사 씨트립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중국 젊은이들이 가장 선호한 관광지로 도쿄가 꼽혔다.
이 같은 추세는 일본 쇼핑업계에서도 잘 나타난다. 일본을 찾은 중국 젊은 여행객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기존의 선호 쇼핑품목이었던 전기밥솥, 비데 등 전자제품 대신 화장품, 생활용품 판매량이 급증하기 시작한 것.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1분기를 기점으로 화장품과 가전제품에 대한 중국인의 평균 소비지출 금액이 역전됐으며, 2분기에는 화장품에 대한 소비지출은 평균 5만엔으로 오른 반면 가전제품 소비지출은 4만엔 밑으로 떨어졌다.
이와 관련해 중국의 경제매체 중국상보는 “화장품 쇼핑이 중국 관광객이 일본을 찾게 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며 “지금까지 중국인 관광객을 독점해 온 한국 화장품 업계의 지위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중국 젊은이들의 이 같은 일본 쏠림은 일시적인 유행을 넘어 중장기적인 추세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일명 ‘90허우(90後,90년대 이후 출생자)’들의 소비능력이 대폭 향상되면서, 20~30대 여성이 중국 해외여행 시장의 주축으로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 최대 온라인 여행사 씨트립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중국인 해외여행객 중 20~30대가 전체 여행시장의 60%를 차지했으며, 동시에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도 처음 58%를 넘어섰다.
◆콘텐츠 강국 일본, 한국과 격차 더 벌어질 것
중국 여행업계 전문가들은 중국의 젊은 여성들이 한국보다 일본을 선호하는 이유로 우수한 여행 콘텐츠를 꼽고 있다. 특히 최근 중국 해외여행자들의 트렌드가 기존의 짧은 ‘쇼핑 관광’에서 오래 머무는 ‘체험 관광’으로 이동하면서, 콘텐츠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와 관련해 중국상보는 한 전문가를 인용 “일본은 지난 80년대부터 중국인 및 해외 관광객들을 위해 풍부한 콘텐츠를 축적 해왔다”며 “도쿄 등 도시관광은 물론 자연 경관, 휴양, 문화 유적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여행에 대한 몰입도, 콘텐츠의 품질과 규모 모든 면에서 상대적으로 관광 역사가 짧은 한국이 따라올 수 없는 경지에 올라 있다”며 “낮은 가격, 당국의 정책에 의존한 한국의 관광 산업이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블룸버그에 따르며 지난 상반기 중국인 관광객 절반 이상이 4~6일 일정으로 여행했으며, 도쿄, 후지산, 교토, 오사카를 잇는 소위 황금노선을 주로 방문한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 첫 상장 여행사 아오여우(傲遊)의 쉬샤오레이 브랜드 총괄 역시 “한국은 사실 서울과 제주도를 제외하면 마땅히 여행할 곳이 없어 쇼핑 외에는 재방문 요인이 크게 떨어진다”며 “중국 현지에서 한국 상품을 구입할 수 있는 방법이 점점 더 수월해지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한국 관광업계의 성장이 제한될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씨트립(Ctrip)이 최근 발표한 '2016년 상반기 중국 해외여행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중국인들의 한 목적지 평균 체류시간이 2.3일로 전년동기대비 0.4일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몰디브, 모리셔스, 세이셸 등 섬 휴양지와 태국, 일본 등 관광자원이 풍부한 지역의 경우, 중국 관광객들의 체류시간이 과거에 비해 최대 1주일 가까이 길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뉴스핌 Newspim] 이승환 기자 (lsh8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