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선진국을 중심으로 마이너스 수익률이 이른바 ‘뉴 노멀’로 자리잡은 가운데 전세계 국채 투자자들의 이자 수입이 최근 5년 사이 5000억달러 이상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각국 정부를 포함한 자금 조달자가 쏠쏠한 반사이익을 얻는 데 반해 투자자들은 극심한 손해를 보는 현실이 수치로 확인된 셈이다.
달러 유로 등 주요 통화 <출처=블룸버그> |
1일(현지시각)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에 따르면 38조달러 규모 전세계 국채시장 투자자들의 연간 이자 수입이 2011년에 비해 5000억달러 이상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마이너스 금리에 거래되는 채권 규모가 12조달러를 넘어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난해 12월 9년만에 금리를 올린 뒤 올들어 단 한 차례도 추가 인상에 나서지 못했고,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BOJ), 영란은행(BOE)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일제히 통화정책 완화를 지속하고 있어 채권 수익률이 상승할 여지가 지극히 낮다.
이번 보고서에서 피치는 유동성 흐름에 따른 반사이익이 전적으로 글로벌 국채시장의 투자자에게서 정부를 포함한 발행자로 이전됐다고 지적했다.
가파른 금리 하락으로 인해 자금 조달 비용이 대폭 떨어진 반면 전통적인 국채 투자자인 보험사와 연기금 등 투자 업계는 ‘먹을 거리’가 소멸하고 있다는 얘기다.
국채 투자자들이 만기까지 물량을 보유할 경우 원금을 재투자할 때 기대 수익률이 날로 가파르게 저하되고 있다고 피치는 강조했다.
독일과 일본의 경우 기존의 국채뿐 아니라 신규 발행하는 물량까지 마이너스 수익률에 매각한 실정이다. 만기까지 관련 채권을 보유할 경우 마이너스 수익률만큼 되찾는 금액이 투자 원금보다 오히려 줄어든다는 얘기다.
각국 중앙은행의 비전통적인 통화정책 이외에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움직임도 선진국 국채 수익률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피치는 국채 수익률 하락이 정부의 재정 확대를 통한 경기 부양책 가능성을 높인다고 판단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초저금리가 주요국의 부채 규모를 필요 이상 확대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