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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이홍규 기자] 지난달 전 세계 주식시장 중에서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던 홍콩 증시가 9월 들어서도 1년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거침없는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지만, 투자은행들 사이에서 과열 경고가 나오기 시작했다.
주요 투자은행은 중국 본토 자금의 이탈과 증시의 과열 우려를 들어 추가 상승에 조심스런 입장을 내비친다. 본토 투자자들이 주로 매입했던 일부 대형 종목들도 과열 신호를 보내고 있어 투자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지난 6일 홍콩 항셍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61% 상승한 2만3787.68포인트를 기록해 4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앞서 지난 주말에는 두 달 만에 최대폭으로 올라 1년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 본토 자금이 증시를 들어올렸다. 지난 2일까지 중국 본토 투자자들은 19주 가운데 18주는 홍콩 주식을 순매수했다. 또 지난주 후강퉁을 통한 순매수 규모는 170억홍콩달러를 기록해 16개월 만에 최대치를 나타냈다.
홍콩 항셍지수 1년 추이 <자료=블룸버그통신> |
◆ 위안 헤지 자금 '썰물' 주의
최근 미국의 금리 인상 지연, 선강퉁(선전과 홍콩 증권거래소 교차 매매) 기대감이 호재로 작용했지만, 무엇보다 홍콩 증시는 위안화 약세를 우려해 이탈한 자금과 배당 수익을 노린 투자 자금이 몰린 것이 주된 주가 상승 배경이었다는 진단이다.
이날 금융전문매체 배런스(Barron's)는 "본토 투자자들이 높은 배당 수익을 제시하는 대형 은행주를 주로 매입했다"며 "무엇보다 위안화 약세를 우려한 회피성 자금이 증시를 밀어 올렸다"고 분석했다. HSBC와 중국공상은행의 배당 수익률은 각각 7.2%, 5.6%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홍콩 증시가 단기적으로 과열 구간에 진입해 급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일제히 경고했다. 특히, 증시를 견인했던 도피성 자금이 위안화가 안정세를 보이면 썰물처럼 빠져나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크레디트스위스(CS)의 리 첸 분석가는 "위안화 평가절하 우려가 자금의 남향(상하이에서 홍콩으로 향하는) 흐름을 자극했다"며 "하지만 위안화는 다음 달 1일 특별인출권(SDR) 편입을 앞두고 안정적인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위안화가 예상과 달리 절상되거나 안정세를 보이면 그 동안 들어왔던 중국 본토 투자자들이 떠나게 될 것이라는 의미다.
◆ 일시 급락 가능성↑… HSBC 등 은행주 경계
밸류에이션, 기술적 지표 모두 과열 신호를 내보내고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씨티은행에 따르면 2017년 예상 이익 기준 주가수익배율(PER)은 11.5배로 글로벌 금융 위기 때 기록한 10.8배보다도 높다.
(흰색) 항셍 RSI <자료=블룸버그통신> |
물론 역사적 최고 수준인 12.5배보다 낮은 수준이긴 하나 기술적 지표들을 보면 단기적으로 과매수 구간에 진입했음을 알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6일 항셍지수의 14일 상대강도지수(RSI)는 77을 기록했다. 일반적으로 70이상은 과매수 구간으로 간주된다.
JK생명보험의 우칸 펀드매니저는 "시장이 단기적으로 과열됐다"며 "가치 평가 관점에서 홍콩 증시는 중국 본토보다 저렴하긴 하지만, 언제든지 하루 만에 큰 폭의 하락과 변동이 나타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경고했다.
그동안 본토 투자자들이 주로 매입했던 은행주들 역시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은행주들은 홍콩 증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홍콩 현지 투자은행들은 HSBC 주식 투자에 경계령을 내렸다.
이스트스프링 인베스트먼트의 켄 웡 매니저는 "HSBC의 주가 상승은 자사주 매입에 의했던 것"이라며 "장부 가치로 따져봤을 때, 중국과 일본 은행들에 비해 주가가 너무 비싸다"고 평가했다.
다만 홍콩 증시 투자에 주의를 권고했던 리 첸 분석가는 중국 보험사의 직접 투자 자금이 증시를 지지할 수도 있다는 의견을 곁들였다. 그는 "조만간 중국 보험청(CIRC)이 보험사의 홍콩 증시 직접 투자를 허용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흰색) HSBC RSI <자료=블룸버그통신> |
[뉴스핌 Newspim] 이홍규 기자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