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잭슨홀 심포지엄 이후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의 연내 금리 인상전망이 확고해지고 있지만, 거시경제 부진이 결국에는 이를 어렵게 할 것이란 분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 7일 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경제 사정이 다시 어두워지고 있으며 연준 금리 인상 결정에 핵심적 역할을 하는 고용시장 여건도 자세히 뜯어보면 절대 양호하지 않다며 이 같은 분위기를 전했다.
미국 워싱턴 D.C. 연준 본부의 독수리상 <사진=블룸버그> |
◆ 지표 서프라이즈 '마이너스권'
우선 주목한 지표는 씨티그룹이 매월 발표하는 ‘서프라이즈지수(U.S. Economic Surprise Index)’다. 이 지수는 핵심 경제지표를 토대로 실제 발표치와 투자자 전망치와의 표준편차를 계산해 산출된다.
서프라이즈지수는 이날 마이너스 5.7로 나타났는데 지수가 마이너스에 머물수록 실제 지표가 전망치보다 부진할 확률이 높음을 시사한다. 이번 지수는 지난 7월 말 기록했던 43.1과 비교해도 상당히 실망스러운 결과다.
작년 초부터 올 7월 사이 지수는 좀처럼 제로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는데 최근 지수가 치솟으며 지표 개선세를 시사하는가 싶더니 다시 고꾸라진 것이다.
실제 최근 지표들도 연준의 금리 인상 임박설을 떠받치기엔 역부족인 모습이다.
미국의 8월 비농업부문 일자리 수는 15만1000개에 그치며 전문가 예상치 18만개를 크게 밑돌았고, 같은 달 ISM 제조업지수는 49.4로 위축 국면을 시사했고 ISM 서비스어 구매관리자짓(PMI)는 51.4로 6년6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날 발표된 고용지표 역시 견실한 회복을 증명하기에는 하위 지표들이 부실했다는 지적이다.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구인 및 고용회전율 보고서(JOLTS)에서 지난달 구인 건수는 587만건으로 사상 최대치를 달성했다. 일자리 수(opening)는 양호했지만 문제는 고용 건수가 지난달과 같은 수준에 머무르는 데 그쳤다. 고용 속도와 자발적 이직 속도도 경기 침체 이전 수준에 못 미쳐 고용시장이 그리 활기차지는 않다는 설명이다.
◆ 7분기째 임금 하락 중
임금과 관련된 또 다른 지표 상황도 암울하다. 노동부가 내놓은 분기별 고용 및 임금 조사에 따르면 미국 주간 평균 임금은 1분기 중 전년 대비 0.5%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7개분기째 임금이 하락한 것은 1978년 이후 처음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번 달 금리 인상은 물 건너 갔다는 판단이 커지고 있다.
CME그룹에 따르면 연방기금 금리선물 시장은 현재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18%로 고용 지표 발표 직전의 27%보다 낮춰 잡았고, 달러와 미국채 수익률도 각각 아래를 향하며 금리 인상 기대가 후퇴했음을 시사했다.
스타이펠 수석 이코노미스트 린지 피에그자는 “최근 지표는 경기 개선 모멘텀이 줄고 있거나 하방 리스크가 커지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도이체방크 조셉 라보르냐 역시 “기업 투자도 최소 내년까지 큰 개선세를 보이기 어려울 것 같다”며 기업들이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까지 관망세를 취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업들의 재고 수준도 높아 새로 생산 투자에 나설 확률이 낮다며 라보르냐는 하반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세도 1.5% 정도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시드니 특파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