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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이홍규 기자] 저금리 시대에 매력적인 수익률을 제공하며 각광을 받아온 신흥국 채권 시장에 경고가 제기됐다.
수요 대비 발행 물량이 턱없이 부족해 이 같은 투자 수요가 지속할 경우 빠른 속도로 거품이 심화돼, 나중엔 2013년 '긴축 발작' 때와 같은 신흥 시장발 '발작'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경고다.
<사진=블룸버그통신> |
앞서 지난 6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신흥시장 인기 요인 중 하나는 경기가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요인은 13조달러가 넘는 선진국 채권 시장으로부터 나오는 자금 유입이다"며 그러나 "신흥시장 채권이 수요를 충족할 수 있을만큼 여력이 있는지에 대해선 의문"이라고 보도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AML)가 국제결제은행(BIS)과 블룸버그 자료를 집계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신흥 시장에서 발행된 채권(국채, 회사채 포함)규모는 총 18조5000억달러에 달했다. 이는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작지만, 16조달러인 미 국채시장보다는 규모가 크다.
그러나 실제 투자자들이 거래할 수 있는 규모는 제한적이다. 통계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가 거래할 수 있는 신흥국 국채 규모는 8500억달러, 금융과 비금융기관을 합친 회사채 규모는 2조달러에 불과하다. 이는 여러 규제들을 감안해 실제 투자 가능한 채권 규모를 산출한 것이다. 이에 대해 BAML의 제인 브라우어는 "현지통화 표시 채권 규모 15.5조달러에 비해 '극히 작은' 수준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 수익률 '압착'에 연기금 철수하면…'변동성' 위험
매달 200억달러의 자금이 신흥 시장으로 홍수처럼 쏟아지는 가운데 수익률 압착 흐름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신흥 시장을 담당하는 트레이더들은 '너도 나도' 신흥국 채권에 몰리고 있는 이런 상황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 특히 신흥시장의 큰 손인 보험사와 연기금이 물량이 바닥나기 이전에 투자를 그만둘 경우 채권 시장에 일대 혼란이 빚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블랙록 <자료=블룸버그통신> |
젬코프의 보스탄드지에프 펀드매니저는 "신흥국 채권 투자가 답은아니다. 모든 연기금들이 신흥국 채권에 2~3%의 수익률을 설정해놨다면, 수익률은 빠르게 하락하고 가격은 크게 오를 것이다"며 "큰 손들이 이렇게 하기로했다면, 이들은 물량이 마르기 전에 매입을 멈출 것"이라고 말했다.
보스탄드지에프 매니저는 이미 위험 대비 수익률 관리에 실패했다고 말했다. 선진국과 신흥국의 채권 수익률 격차는 2014년 이후 최저치로 좁혀진 상황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신흥국 채권 투자가 상당한 과열 상태에 놓여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투자 기관들이 신흥국 경기 개선 기대감을 내세워 신흥국 투자에 나서고 있지만, 실제로는 신흥국 경기와 자산 시장의 상관 관계는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경기 개선에 의한 자금 유입이 아니라, 자금 유입에 의한 경기 개선 '기대감'으로 점차 투자 논리가 '자기 예언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지적이다.
런던경영대학원의 엘로이 딤슨과, 폴 마쉬, 마이크 스톤튼 연구 팀은 장기 통계를 분석해 이런 결과를 내놨다.
◆ '자기 예언적' 악순환 형성할 것
일부 전문가는 신흥 시장의 과열이 내년 초에 이르러 정점을 이룰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럴 경우 버블은 결국 터져 2013년 '테이퍼 텐트럼(긴축 발작)'때와 같은 혼란을 겪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자기 예언적인 투자 논리가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해 매도가 매도를 부르는 아수라장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경고다.
BAML의 데이비드 하우너 신흥시장 전략가는 이런 사태의 원인이 중앙은행에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어느 누구도 선진국 채권 시장에 거품이 있다는 걸 의심하지 않는다. 신흥국이라고 왜 그렇게 안 되겠는가. 이런 상황이 6개월만 더 가면 그들은 매입 자산 부족에 반드시 직면할 것이고, 신흥국 버블은 2013년 때와 같은 결말을 맞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수익률 사냥에 나선 투자자들이 사냥할 수 있는 대상이 많지 않다는 것을 발견하게 됐다"면서 "이런 상황은 위험을 부른다"고 경고했다. 이어 "연준의 통화정책은 긴축을 향해가고 있으며, 이 가운데 공급이 조금이라도 줄거나 수요가 위축되면 상황은 급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뉴스핌 Newspim] 이홍규 기자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