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승환 기자] “애플은 중국 스마트폰 제조 기업들한테 좀 배워야 한다”
중국 텐센트(騰訊,Tencent) 산하의 IT 전문 매체인 텐센트커지(科技,과기)는 지난 7일(현지시간) 애플 신제품 아이폰7이 발표됐지만 소비자들의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며 이렇게 주장했다. 이 매체는 기존 아이폰6에 몇몇 기능만 추가됐을 뿐 뭐가 개선됐는지 알 수 없어 사실상 아이폰7이 아닌 아이폰 6SE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또한 “지금까지는 중국 업체들이 아무리 뛰어난 신제품을 내놔도 소비자들의 발걸음은 애플 스토어로 향했었다”며 “하지만 1년전부터 이런 추세에 변화가 일기 시작했으며 이번 '아이폰7의 실패' 로 인해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애플을 추월하게 됐다"고 전했다.
텐센트커지는 이날 아이폰이 중국 업체들에게 배워야 할 점으로 ▲메이주(魅族,MEIZU)의 과감한 변화 ▲화웨이(華為)와 샤오미(小米)의 위기의식 ▲오포(OPPO)의 소비자 마케팅을 꼽았다.
아이폰7, 아이폰7플러스 <사진=애플 홈페이지> |
신문에 따르면 메이주는 거의 매달 신제품 발표회를 열고 있다. 비록 매번 완전히 새로운 제품을 들고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외관 또는 기술면에서 새로운 변화를 담기 위한 흔적이 역력하다는 평가다. 메이주는 1년에 통상 10개 정도의 신모델을 공개하고 있다. 신제품 출시 주기가 짧은 만큼 3D 터치, 데카코어(10코어) 프로세서 탑재 새로운 기술을 가장 먼저 선보이며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신문은 아이폰7을 가리켜 “1년만에 선보인 스마트폰의 혁신 수준이 1년에 10개의 제품을 내놓는 업체에 못미치고 있다”며 “애플의 중국 시장 점유율이 매년 큰 폭으로 떨어지는 이유다”라고 전했다.
텐센트 과기는 이어 화웨이와 샤오미의 뚜렷한 위기의식을 애플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치열한 경쟁으로 어떤 기업이 새로운 것을 내놓으면 경쟁 업체들이 격차를 줄이기 위해 재빨리 추격 제품 혹은 서비스를 내놓고 있지만, 애플은 그렇치 못하다는 진단이다.
대표적인 예가 모바일 결제 서비스다. 지난 2월 애플은 모바일 결제 서비스인 애플페이를 중국에 선보였다. 그러자 불과 1달 후인 3월 화웨이는 중국의 4대 국유은행 중 하나인 중국은행과 손잡고 화웨이 페이를 선보였다. 샤오미 역시 최근 무선통신(NFC) 방식의 결제 시스템을 도입한 미페이(Mi pay)를 출시하며 모바일 결제 서비스 경쟁 대열에 합류했다. 이 같은 후발주자들의 발빠른 대처로 애플의 중국 내 모바일 결제 선점 효과가 빠르게 희석됐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이번 아이폰7에 새롭게 탑재된 듀얼 카메라가 과거 기술의 재탕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것도 2년인 2014년 이미 같은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폰이 화웨이에서 출시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화웨이는 HTC가 듀얼 카메라를 내놓은 것을 보고 위기 의식을 느꼈고, 이에 재빨리 개발에 착수해 격차를 줄일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화웨이 외에도 ZTE, 360 등 중국 내 주요 스마트폰 업체들이 듀얼카메라를 탑재한 상품을 출시한 상태다.
아울러 신문은 애플이 고객들의 니즈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중국스마트폰 제조 업체 오포의 초고속 충전을 예로 들었다. 지난해 오포가 ‘5분 충전 두시간 통화’라는 광고 문구와 함께 내놓은 초고속 충전기술은 중국인 소비자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키며, 일약 오포를 중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스마트폰 브랜드 반열에 올려놓았다. 이 같은 초고속 충전의 인기에 힘입어 오포는 지난 2분기 삼성, 애플, 화웨이에 이어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높은 스마트폰 업체로 부상했다.
이를 계기로 샤오미, 삼성, 화웨이 등 중국 국내외 스마트폰 업체들도 잇따라 초고속 충전 기술을 도입했다. 특히 레노보는 최근 오포를 따라 “15분 충전에 6시간 사용” 이라는 마케팅 전략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애플만이 여전히 초고속 충전을 외면하고 있는 것.
이에 대해 신문은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기능으로, 이미 주류로 자리 잡은 초고속 충전 기술이 아이폰7에 탑재되지 않았다는 것은 애플이 소비자의 요구와 편의를 외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뉴스핌 Newspim] 이승환 기자 (lsh8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