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송주오 기자] 22일 오전 7시 30분.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 앞은 여느 출근길과는 다른 분위기였다. 붉은색 머리띠를 두른 노조원 3명이 정문에 서 있었다. 그들은 23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의 총파업을 앞두고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유인물을 직원들에게 나눠주고 있었다.
금융노조는 국민은행 뿐만 아니라 은행별 지부를 통해 조합원 참여를 이끌어내고 있다. 정부의 성과연봉제 도입을 실력으로 막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다.
이를 과시하듯 금융노조는 임종룡 금융위원장을 서울중앙지검에 직권남용과 노조법 위반으로 고소하며 강경 입장을 재확인했다. 특히 금융노조는 다음달에도 총파업을 이어갈 수 있다며 사측과 금융당국을 압박하고 있다.
금융노조 집행부의 총파업에도 부인할 수 없는 팩트가 있다. 한국 은행산업의 수익성과 생산성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개선하지 않고서는 금융노조 총파업을 '기득권 지키기'라는 금융당국과 사측의 비판에 제대로 대응하기 힘들다.
서울대 경제학부 김세직 교수 등의 연구에 따르면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을 합한 2013년 생산성 지표는 1.70으로, 22년전인 1991년(1.73)보다 낮았다. 성장기업을 발굴, 자금을 중개하는 은행고유의 역할을 제대로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또 국내총생산(GDP)대비 은행산업의 부가가치도 1990년대 초반수준인 2%로 나타났다. 2008년 금융위기 시절(1%)보다는 높지만 금융산업의 GDP 기여도는 20년전으로 퇴보한 셈이다.
국내은행의 대표적인 수익성지표인 자기자본이익률(ROE)도 몇년째 하락세다. 2011년 8.40%에서 지난해 2.14%로 낮아졌다. 당기순이익 규모도 같은 기간 11.8조원에서 3.5조원으로 8조원 넘게 감소했다.
은행산업의 우울한 상황과 달리 국내 은행권 직원들의 보수는 대기업을 뛰어넘고 있다. 2014년 기준으로 국내 은행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대기업의 1.4배에 달한다.
글로벌 은행과 비교해도 많이 받고 있는 편이다. 1인당 GDP 대비 임금 비율을 국가별로 살펴보면 우리나라가 2.03이며 영국 1.83, 프랑스 1.73, 일본 1.46 등을 나타내고 있다. 금융산업이 가장 발달한 미국은 1.01에 불과했다. 우리나라 은행 직원이 미국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은 실정이다. 전형적인 ‘고비용 저효율‘ 구조인 셈이다. 이는 신규채용 규모 축소로 이어지고 있다. 올 하반기 은행권 신규채용은 전년대비 30% 줄었다.
성과연봉제는 개별 평가를 전 직원을 넓혀 유능한 직원에게 그에 상응하는 성과급을 지급해 전체적으로 일하는 분위기를 만들어내자는 취지다. 은행 산업 전반에 일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 결국 산업 경쟁력 개선으로 이어진다는 계산이다. 국민들도 정부의 이런 취지에 십분 공감하고 있다. 지난 5월 성과연봉제 도입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71.7%가 찬성 의견을 냈다.
물론 변화는 두려움과 불안을 동반한다. 하지만 불안감에 묻혀 변화의 시기를 놓치면 경쟁에서 뒤쳐질 수 밖에 없다. 최악의 경우 경쟁에서 완전 배제될 수 있다. 이는 이미 시장에서 입증됐다. 핀란드 노키아가 그랬고 일본 소니도 변화를 외면하다 TV 시장을 삼성전자, LG전자 등에 내줬다.
금융노조가 막연한 두려움과 불안에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기 보다는 사측과 충분한 협의를 전체 산업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길 기대해 본다.
[뉴스핌 Newspim] 송주오 기자 (juoh8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