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미국 대통령 선거 후보 첫 토론을 지켜본 투자자들이 ‘사자’에 무게를 실었다. 다우존스 지수가 세 자릿수의 상승을 기록하는 등 뉴욕증시는 상승으로 가닥을 잡았다.
하지만 월가 투자은행(IB)은 두 후보 가운데 누구도 ‘KO 승’을 거두지 못했고, 대선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뉴욕증권거래소 <출처=블룸버그> |
27일(현지시각) 다우존스 지수가 133.47포인트(0.74%) 상승한 1만8228.30에 마감했고, S&P500 지수는 13.83포인트(0.64%) 오른 2159.93을 나타냈다. 나스닥 지수는 전날보다 48.22포인트(0.92%) 뛰며 5305.71에 거래됐다.
지수가 강한 상승 탄력을 보였지만 거래량은 제한적이었다. IT 섹터가 1% 이상 오르면서 전반적인 증시 상승에 무게를 실었고, 외환시장에서 달러화가 이머징마켓 통화에 대해 하락했다.
대선 후보 토론 이후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하는 움직임이 포착되면서 주가 상승 모멘텀을 제공했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자이앤 제이피 TCW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투자자들은 클린턴 후보의 공약에 더 높은 점수는 주고 있다”며 “이 때문에 클린턴 후보의 승리가 유력해 보일 때 주가가 상승 탄력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IB들은 이번 토론에서 어떤 후보도 압승을 거두지 못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씨티그룹의 하빈더 시안 외환 전략가는 투자 보고서를 통해 “어느 후보도 명백한 승리를 거두지는 못했다”며 “이번 첫 토론이 금융시장과 대선에 터닝포인트를 제공하지는 못한 셈”이라고 주장했다.
UBS도 두 후보 가운데 누구도 명백한 승리를 선언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판단하고, 이 때문에 투자자들은 내달 9일로 예정된 다음 토론에 신경을 곤두세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주가 상승은 대선 후보 토론 이외에 경제 지표 개선이 반영된 결과라는 의견도 나왔다. 특히 소비자신뢰의 강한 상승이 실물경제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를 꺾어 놓았다는 진단이다.
컨퍼런스 보드가 발표한 9월 소비자신뢰지수는 104.1을 기록해 시장 전문가 예상치인 99.0을 크게 넘어선 동시에 9년래 최고치를 나타냈다.
S&P/케이스 실러가 발표한 20개 대도시 주택 가격 지수 역시 전년 동기 대비 5.0% 뛰었고, 시장조사 업체 마킷이 제시한 9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역시 51.9로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퀸시 크로스비 푸르덴셜 파이낸셜 전략가는 CNBC와 인터뷰에서 “최근 경제 지표가 부진했기 때문에 이날 발표된 지표가 주식시장에 상승 모멘텀을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국제 유가는 3% 가까이 떨어졌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28일부터 이틀간 알제리에서 열리는 비공식 회담에서 하루 100만배럴 감산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이란이 산유량 동결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팔자’가 쏟아졌다.
투자자들 사이에 이번 회의에 대한 회의론이 번지면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뉴욕상업거래소에서 2.7% 하락하며 배럴당 44.67달러에 거래됐다.
외환시장에서는 페소화가 달러화에 대해 1% 가량 오르며 대선 후보 토론에 대한 투자 심리를 반영했고, 달러화가 신흥국 통화에 대해 하락했다. 다만 달러 인덱스는 0.2% 가량 완만하게 상승했다.
종목별로는 마이크로소프트가 1.8% 뛰었고, 시스코와 IBM이 일제히 1% 이상 오르는 등 IT 대표 종목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로열 캐리비언 크루즈와 카니발이 이익 전망 상향 조정을 호재로 각각 4% 이상 랠리했고, 트위터는 피인수 기대가 여전한 가운데 1.5% 올랐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