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원유 생산 감축에 합의한 지 하루 만에 금융시장에선 회의론이 제기되고 있다. 감축의 세부사항 합의가 아직 남아있는 데다 회원국들의 이해관계도 각자 다르기 때문이다. 감산량이 크지 않아 유가를 띄우기엔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9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산유국들의 감산이 OPEC 공식 회담이 열리는 오는 11월 30일까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번 합의가 여러 가지 장애물을 넘어야 한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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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알제리에 모인 OPEC 회원국들은 생산량을 현재의 하루 3324만 배럴에서 3250만~3300만 배럴 수준으로 줄이기로 합의하고 오는 11월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릴 공식 회의에서 국가별 산유량을 정하기로 했다.
이번 합의는 그동안 각자의 입장만을 고수해 단결된 행동을 취하지 못했던 OPEC 회원국들이 마침내 원유 공급량 조절에 뜻을 함께했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
그러나 OPEC이 합의를 끌어낸 지 24시간도 지나지 않아 합의에 환호하던 금융시장은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일제히 하락하며 합의에 대한 회의론을 반영 중이다.
특히 지난 4월 회의에서 합의를 무산시키고 이번 회의에서도 내내 강경한 태도를 보여온 이란이 감산에 적극적으로 동참할지는 확실치 않다. 이번 회의에 참석한 이란 대표는 산유량 목표치인 400만 배럴을 확보했다고 전해 사실상 감축량에 크게 기여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OPEC 회원국 중 2위 산유국인 이라크의 태도도 합의에 대한 비관론이 나오는 이유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번 회의에 참석한 이라크의 자바 알 알리 루아이비 석유장관은 이번 감산 계획에 찬성하지 않았으며 그동안 OPEC이 이라크의 생산량을 과소평가해왔기 때문에 이라크에 불리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의 평가도 냉랭하다.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산유국들의 감축 합의에도 올해 4분기와 내년 유가 전망치를 각각 배럴당 43달러와 53달러로 유지했다. 골드만은 투자자 노트에서 "만일 이번 합의가 엄격하게 지켜지고 가격을 지지한다면 중기적으로 전 세계 채굴 활동이 증가하면서 오히려 문제를 더 키울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UBS도 감산의 기간과 각국의 생산 제한량이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으며 모간스탠리 역시 이번 합의가 현재 원유시장의 과잉공급을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날 유가는 전날 OPEC 회원국들이 감산에 합의한 여파가 지속하면서 상승하고 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근월물은 전날보다 배럴당 78센트(1.66%) 오른 47.84달러에 마감했고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선물은 배럴당 55센트(1.13%) 상승한 49.24달러를 기록했다.
한텍 마켓의 리처드 페리 애널리스트는 보고서에서 "말은 쉽지만, 합의를 이행하는 것이 어려운 부분"이라며 "산유국들이 줄어든 생산량에 합의하고 실제로 이행되는 것을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했다.
[뉴스핌 Newspim] 김민정 특파원 (mj722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