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지난 28일(현지시각) 알제리에서 열린 비공식 회담에서 8년만에 감산 합의를 이뤄냈지만 금융시장의 영향력은 불과 하루만에 희석됐다.
합의 소식에5% 이상 랠리했던 유가는 상승 날개가 꺾인 모습을 연출했고,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OPEC조차 박스권을 뚫는 모멘텀을 제공하지 못했다는 의견이 쏟아졌다. 주식시장에서도 OPEC은 힘을 다한 실정이다.
원유 저장 시설 <출처=블룸버그통신> |
골드만 삭스와 소시에테 제네랄, 제프리스 등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IB)은 OPEC의 감산 움직임에도 기존의 유가 전망을 유지했고, 투자자들 사이에 유가를 포함한 위험자산 가격의 상승 탄력이 유지되기 어렵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이날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장중 한 때 배럴당 46.60달러에 거래, 전날 마감가인 47.05달러에서 밀린 뒤 1.7% 상승 반전하며 47.83달러에 마감했다. 하지만 OPEC의 감산 합의 소식에 5% 폭등했던 것과 대조적인 움직임이다.
상황은 주식시장도 마찬가지다. 뉴욕증시의 다우존스 지수가 장 후반 0.9% 가량 밀렸고, 나스닥 지수와 S&P500 지수 역시 각각 0.8% 가까이 떨어졌다.
엑손 모빌이 마감을 앞둔 시점에 0.6% 가량 떨어졌고, 셰브런도 1% 이내로 내렸다. 마라톤 정유는 6% 이상 급락했다.
시장의 예상과 달리 긍정적인 회의 결과가 나온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원유 수급 불균형이 제한적인 감산으로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투자심리를 냉각시켰다.
OPEC이 산유량을 하루 3300만배럴로 줄인다 하더라도 2017년 하반기까지 수급 균형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 국제에너지기구(IEA)의 판단이다.
또 소시에테 제네랄은 이날 투자 보고서에서 사우디가 감산에 나서더라도 이란과 나이지리아, 리비아 등 다른 산유국의 생산 규모는 이제 늘어나기 시작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웨드부시 증권의 이안 위너 주식 트레이딩 이사는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투자자들이 OPEC 합의의 최종 확정 여부에 대해 회의적인 의견을 보이고 있다”며 “이와 함께 이란과 파키스탄의 마찰이 새로운 불확실성으로 부상했다”고 설명했다.
존 키클라이터 데일리FX 외환 전략가는 “국제 유가는 앞으로 박스권 등락을 지속할 것”이라며 “이와 함께 금융 섹터의 조정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원유 거래소인 비톨 그룹의 이안 테일러 대표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원유시장의 과잉 공급 문제는 여전하다”며 “유가가 상승 추이를 지속해야 할 이유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