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함지현 기자] 서울지역 신규 시내면세점을 차지하기 위한 면세업계의 경쟁이 또다시 시작됐다. 다만 이번에는 시내면세점 특허 기한이 5년으로 한정된 이후 과열했던 분위기와는 다르게 다소 침착한 분위기 속에서 치러지는 모습이다.
면세점 사업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나올 정도로 신규 면세점들의 성적이 기대만 못한 것이 이유. 여기에 이번 심사부터 관세청이 세부 점수 항목을 공개하기로 한 만큼 경쟁적인 사회공헌 공약보다는 점수가 높은 운영 능력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
▲ 대기업 몫 5개사 출사표…자사 장점 강조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과 SK네트웍스, 신세계DF, HDC신라, 현대백화점 등 5개 기업은 입찰 서류를 제출하면서 본격적인 경쟁에 뛰어들었다.
각 사들은 자사가 가장 돋보일 수 있을만한 점들을 내세워 시내 면세점을 따 내야할 적임자가 본인임을 내세우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외국인 관광객 선호도 1위의 브랜드 파워를 앞세워 상반기에만 3800억원의 매출을 올린 월드타워점을 되찾아오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롯데면세점과 함께 특허권 재탈환에 나선 SK네트웍스는 5년간 6000억원의 투자와 함께 1200억원을 들여 1만2000평 규모의 '워커힐 리조트 스파'를 조성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신규 면세점을 운영 중이면서 점포를 더 늘려가기 위해 특허전에 뛰어든 신세계DF는 반포동 센트럴시티에 면세점이 유치되면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HDC신라는 삼성동 아이파크타워에 면세점을 꾸려 용산과 중구 강남으로 이어지는 면세벨트를 구성하겠다는 계획을 내세웠다.
이번 특허전에 유일한 신규사업자인 현대백화점은 중국 현지 17개 여행사와 업무협약을 체결, 관광객 200만명을 유치키로 하는 등 경쟁력 강화에 신경을 쓰고 있다.
▲ 지난해 경쟁적 공약전과 상반…이유는?
이같은 모습은 지난해 치열하게 벌어졌던 시내면세점에서 경쟁적으로 공약전을 펼친 모습과는 상반돼 눈길을 끈다.
지난해 경쟁 과정에서 각 사들은 경쟁적으로 사회환원액을 발표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주차공간 확보 여부나 상생방안과 같은 세부적인 내용들도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과열경쟁을 펼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지나치게 과열됐던 경쟁이 다소 잠잠해진 이유로 신규 업체들의 부진한 성적을 꼽는다.
지난해 초반에는 대기업들이 참여를 하는 만큼 '특허보세구역관리 역량'이나 '운영인의 경영 능력' 등은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봤다.
때문에 '관광 인프라 등 주변 환경요소'나 '중소기업 제품 판매 실적 등 경제·사회 발전을 위한 공헌도', '기업이익의 사회 환원 및 상생협력 노력정도' 등에서 차별화를 성공해야 특허를 따 낼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신규 면세점들의 성적이 좋지 않았다. 매출이 점차 오르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100억원대의 적자를 면치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광 인프라나 사회공헌 보다도 관리 역량이나 경영 능력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이유다.
<사진=관세청> |
뿐만 아니라 이번 심사부터 세부적인 평가점수를 공개하기로 한 점도 이같은 분위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다.
점수가 투명하게 공개가 되는 만큼 각 사들이 '특허보세구역관리 역량'이나 '운영인의 경영 능력'과 같이 가장 큰 점수를 차지하고 있는 부분에 좀 더 집중하게 됐다는 것이다.
다만 본격적인 경쟁이 이제 시작된 만큼 시간이 지나면서 이전과 같은 공약전이 또 다시 되풀이 될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상생이나 주변 환경 요소는 전체 점수 중 일부분에 불과함에도 지난해 경쟁에서는 마치 그것이 전부인 것처럼 포장된 부분이 있었다"며 "이번에는 심사표에 나와 있는 주요 요소를 만족시킬 수 있는 업체가 특허권을 따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관세청은 서울지역에 일반 경쟁 3개, 중소·중견기업 1개 등 총 4개의 특허권을 부여할 예정이다. 부산과 강원 지역에도 각각 중소·중견기업 몫으로 1개씩의 특허를 허가할 방침이다.
접수기간이 끝난 만큼 2개월간 특허심사를 거쳐 12월 경 사업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뉴스핌 Newspim] 함지현 기자 (jihyun031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