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허정인 기자] “연기금과 관련된 투신사들은 점심 식사마저 불편해하는 눈치입니다. 아직 제도가 정착이 안돼 어디까지 조심해야 할지 감이 안 잡힙니다."(A증권사 채권영업팀 상무)
“자산운용사쪽은 이번 달 점심 약속 모두 취소됐습니다. 연기금 쪽은 기관 접촉이 어렵고 운용매니저 또한 만나는 게 어려워졌죠."(B증권사 채권브로커)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과 연기금 관리하는 곳은 회사 차원에서 개별적으로 브로커들과 만나지 말라고 공지했습니다. 꼭 연기금 돈을 운용하지 않더라도 다들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입니다”(C증권사 채권운용역)
김영란법 시행 일주일, 여의도 채권시장이 잔뜩 움츠러들었다. 직접적인 김영란법 적용 대상자는 물론이고 거의 모든 시장 참여자가 '시범 케이스'가 되지 않기 위해 약속을 미루고 있다. 일부 회사는 '브로커 접촉 금지령'을 내리기도 했다.
해결 방안을 찾고 있지만 뾰족한 수는 나오지 않은 모습이다. 그간 굳혀온 업계의 관행을 갑작스레 바꾸자니 여기저기서 곡소리가 나온다.
채권시장에서 브로커는 운용역(펀드매니저)에게 철저한 '을'이었다. 이들로부터 주문을 받아야 수수료 수익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식사와 술자리, 골프 등 접대를 '영업'이라고 불러왔다.
서울 명동 KEB하나은행 딜링룸의 외환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채권 운용역 중 상당수가 김영란법의 적용을 받게 된다. 채권업계의 '큰 손'인 국민연금, 우정사업본부 등 공공기관의 자금을 위탁받아 운용하는 법인 및 단체 또는 그 기관이나 개인을 법 적용 대상으로 규정(법 11조 1항2호)했기 때문이다.
이들 채권운용역을 상대로 영업을 해야하는 채권 브로커들은 비상이 걸렸다. 영업이 올스톱됐다는 말이 나올 지경이다. 관행처럼 해오던 활동이 일시에 제약을 받게 됐다.
증권사 채권브로커는 “다들 비상에 걸려 신규 영업전략을 세우고 있다”면서 “받는 쪽에서 애초에 차단하다 보니 답이 잘 안 나온다”며 답답해했다.
채권 매니저는 “리서치를 잘 활용하자는 말이 나온다”면서 “상호 간에 영업이 껄끄럽다 보니 리서치 능력에 따라 거래를 하자는 말도 간혹 있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허정인 기자 (jeong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