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도이체방크의 유동성 위기를 둘러싼 우려가 여전한 가운데 유로존 은행권이 자금줄 확보에 잰걸음을 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을 통한 주요 은행들의 달러 자금 확보가 부채 위기가 고조됐던 2012년 이후 최고치에 이른 것으로 파악됐다.
런던 금융권 <출처=블룸버그> |
5일(현지시각) 주요 외신에 따르면 유로존 은행권이 지난 한 주 사이 ECB를 통해 차입한 자금이 28억달러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2년 이후 최고치로, 도이체방크 사태가 금융시스템의 유동성 경색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된 결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미국의 머니마켓펀드 관련 규제 강화로 인해 유럽 은행들이 전통적인 자금 창구인 금융회사 간 단기 대출을 통해 달러화 유동성을 확보하는 일이 어려워졌다는 것이 업계 소식통의 얘기다.
미국 법무부가 도이체방크에 140억달러의 벌금을 요구한 이후 이와 흡사한 상황이 유럽 은행권 전반으로 번질 것이라는 관측이 고개를 들었고, 이 때문에 달러화 펀딩이 막혔다고 ECB 정책자는 설명했다.
주요 은행들이 자금 확보를 위해 ECB로 발을 돌린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은행들은 동원 가능한 모든 담보물을 앞세워 자금을 최대한 챙기는 움직임이다.
업계에 따르면 유럽 은행들이 금융시장을 통해 3개월 만기 달러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비용이 2012년 이후 최고치로 뛰었다.
자금 조달 비용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고점에 비해 현격하게 낮은 수준이지만 ECB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으로 인해 수익성 타격을 입은 유로존 은행권에 상당한 부담이라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2014년 이후 최근까지 ECB를 통한 평균적인 은행권의 자금 조달 규모가 수백만 달러 선이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지난 한 주 사이 증가 폭은 시장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레이너 군터만 코메르츠방크 애널리스트는 CNBC와 인터뷰에서 “최근 금융시장의 경색 조짐은 일부 개별 은행의 문제에서 비롯됐다”며 “이탈리아의 은행권 부실 문제에 이어 도이체방크의 벌금 문제가 불거지면서 은행권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