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영국 파운드화가 또 한 차례 브레이크 없는 하락을 연출했다.
이른바 하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둘러싼 우려가 고조되면서 이달 들어서만 6% 이상 급락한 파운드화가 추가 하락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파운드화 <사진=블룸버그> |
걷잡을 수 없는 파운드화 하락은 영국 국채시장의 변동성과 거래 규모를 대폭 확대했고, 달러화 강세가 미국 기업의 수익성을 해칠 것이라는 우려를 자극해 뉴욕증시의 급락을 초래하는 등 금융시장 전반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11일(현지시각)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파운드/달러는 장중 한 때 1.2090달러까지 하락하며 1.21달러 선을 내준 뒤 낙폭을 축소했다.
파운드화는 달러화에 대해 10월 들어서만6% 이상 떨어졌고, 지난 6월23일 국민투표 이후 낙폭은 18%를 넘어섰다.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가 EU 단일시장의 탈퇴를 의미하는 이른바 하드 브렉시트를 강행할 것이라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면서 파운드화 ‘팔자’가 연일 쏟아지고 있다.
글로벌 2위 외환 트레이더인 JP모간과 ING, 율리우스 베어 그룹 등 주요 투자은행(IB)은 일제히 연말 파운드화 전망치를 낮춰 잡는 모습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파운드/달러 환율이 지난 7일 기록한 31년래 최저치인 1.1841달러를 뚫고 추가 하락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
토론토 도미니온 뱅크의 마젠 아이사 외환 전략가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파운드화 추가 하락의 여지가 상당히 높다”고 말했다.
ING의 피터 커파타 외환 전략가는 “경제 펀더멘털 측면에서 파운드화는 명백하게 저평가됐지만 정치 리스크가 추가 하락을 부추길 수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브라운 브러더스 해리만의 마크 챈들러 외환 전략가는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현 수준에서 파운드화를 매입하는 전략은 아직 생각하기 힘들다”고 전했다.
파운드화 급락은 영국 실물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수입 물가를 중심으로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려 가뜩이나 브렉시트 리스크로 위축된 소비 및 투자 심리를 더욱 압박할 것이라는 우려다.
게인 캐피탈의 캐틀린 브룩스 애널리스트는 파이낸셜타임즈(FT)와 인터뷰에서 “파운드화가 가파르게 떨어지면서 인플레이션 급등을 초래할 것”이라며 “이는 앞으로 수 개월 혹은 수 년간에 걸쳐 소비자들의 구매력과 생활수준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5년 후 물가에 대한 시장 전망을 반영하는 5년 만기 국채 및 물가연동채권의 수익률 스프레드는 3.6%까지 상승해 2013년 초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파운드화 폭락은 영국 국채시장으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통화 가치 하락은 관련 자산의 투자 매력을 떨어뜨리는 데다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 상승이 채권시장에 악재에 해당한다.
영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지난 10일 1% 선을 넘은 것은 이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