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영태 기자] 북한의 6차 핵실험 등 추가 도발을 예측하기 위해선 기술적 측면만이 아니라 지난달 9일 5차 핵실험 직전 북한이 동맹국인 중국·러시아에 고위급 관료를 보내 사전통보했을 가능성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북한이 핵실험 전 중국에 특사를 보내 미리 알린 듯한 정황은 그동안 많이 노출됐지만, 러시아에도 사전통보했을 가능성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전문매체 '38노스'가 공개한 북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의 핵실험장 모습.<사진=38노스> |
미국 북한 전문가인 마이클 매든은 11일(현지시각) 북한전문 매체 '38노스'에 기고한 '새 지도부 하에서의 북한 외무성 및 핵 커뮤니케이션의 변화(Under New Management: Shifts in North Korea’s Foreign Ministry and Nuclear Communications)'란 글에서 북한이 5차 핵실험 6일 전인 지난달 3일 윤동현 인민무력성 부상(차관급, 육군상장)과 노동당 국제부 관리를 러시아에 보냈다고 언급했다.
매든은 북한이 지난 5월 제7차 노동당대회에서 리수용 노동당 부위원장과 리용호 외무상으로 외교라인을 구축한 데 이어 중국과 러시아에 고위직을 파견한 것은 새로운 '핵외교'로 국제사회와의 경색된 관계를 개선해보려는 노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러시아를 방문했던 윤동현 부상이 미사일과 무기 개발을 담당하는 최고위급이란 점에서 핵실험 계획에 대해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이며, 따라서 이에 대해 러시아 정부에 알렸을 수 있다는 추정이다. 윤 부상은 9월3일부터 약 일주일간 러시아에 체류했으나 당시 표면상의 방문 목적이었던 모스크바 국방전시회 'Army 2016'에도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매든은 윤 부상의 러시아 체류 기간 중 실무급에서 핵실험을 설명할 노동당 관리도 모스크바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매든은 이 같은 정황을 토대로 북한의 5차 핵실험 단행 이후 러시아 정부가 보인 태도에 주목했다. 올 1월 4차 핵실험 때와 비교하면 비난의 강도가 상대적으로 덜했다는 것이다.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사전통보를 받고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5차 핵실험 때 러시아는 "(북한 핵실험을) 비난한다"면서도 "모든 관련국들이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보를 자제할 것"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북한 뿐 아니라 한국과 미국의 연합군사훈련 등도 염두에 둔 언급으로 분석된다.
반면 4차 핵실험 때는 "한국정부와 더욱 밀접하게 협력하겠다"고 밝혔었다. 또 4차 핵실험 직후 러시아 상원이 "러시아 안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있는 북한의 어떤 움직임도 반대한다"는 성명을 냈던 것과 달리 5차 핵실험 때에는 그런 움직임이 없었다.
북한이 5차 핵실험 전에 중국에 통보했을 것이란 주장은 이미 여러 차례 제기됐다. 핵실험 이틀 전인 9월7일 북한은 중국에 최선희 외무성 미국국 부국장, 다음날인 8일에는 김성남 조선노동당 국제부 부부장을 보냈다.
이들이 중국 정부 고위층과 접촉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일본 아사히신문은 북중관계에 정통한 당국 소식통을 인용해 이들이 "한·미의 북한에 대한 군사행동 계획에 대항하기 위해 핵개발을 해야 한다"고 중국 측에 직접 전달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북한이 5차 핵실험 일시를 통보했는지는 확실치 않다.
아사히는 그러나 중국이 사전 통고를 받고 북한에 대한 경계태세를 취하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특히 북중 국경 인근인 동북지방에 핵실험으로 인한 방사능 등을 측정하기 위한 태세를 취하라는 지시가 사전에 내려졌다는 것이다.
매든은 북한의 이 같은 움직임은 김정은 정권이 중국 및 러시아와의 관계를 적극적으로 개선하려는 행보일 수 있으며, 최소한 새로운 핵외교를 시도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뉴스핌 Newspim] 이영태 기자 (medialyt@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