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조인영 기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고 있는 한진해운이 직원들을 대량 해고할 계획이다. 경쟁력 있는 미주노선을 매각하고 직원 절반을 내보내면 한진해운은 사실상 껍데기만 남게 된다.
20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장승환 육원노조위원장은 이날 오후께 사측 경영진을 만나 인력 구조조정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사진=한진해운> |
앞서 지난 18일 한진해운 경영진은 장 위원장을 만나 조만간 현금이 고갈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인력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전달했다.
또 현재 추진중인 인수·합병(M&A)이 성공적으로 성사되기 위해선 사전 슬림화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한진해운은 M&A를 염두해 현재 650명의 직원 중 300명만을 남길 계획이다. 이들 300명은 아시아 및 미주 노선 관련 영업과 관리 시스템 운영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그 외 350명은 짐을 싸야 한다.
다음달 초 한진해운은 정리해고 예고 후 12월 초엔 근로관계를 종료할 계획이다. 해고 예고수당 지급 시 11월이라도 근로관계를 종료할 예정이어서 이르면 2주 뒤 대량해고가 예상된다. 위로금을 지급하는 희망퇴직은 현재 여건상 시행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노조는 일정을 M&A 이후로 늦춰야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또 남아 있는 직원들의 고용승계 가능성을 열어둔 다음에 정리해고 날짜를 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부에도 도움을 청했다. 노조는 대량해고와 관련해 고용부, 해수부, 금융위 등 정부에 고용승계와 재취업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공문엔 "한진해운의 인적자원이 국가경제 발전에 이바지 못하고 대량해고될 지경" "해외주재원들은 실업급여 조차 받을 수 없다"는 문구와 함께 한진그룹의 고용승계, 관련 해운사 재취업 알선, 해외주재원 실업수당 자격을 부여하는 요청 등이 담겨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게도 고용승계를 촉구하는 공문을 보냈지만 아직까지 답변은 없는 상태다.
이와 별도로 노조는 회사의 대량해고 통보를 놓고 지난 19일 설명회를 가졌다. 100여명이 모인 자리에선 노사협의회 사항에 대한 질문과 설명이 오고갔으나 뾰족한 방안은 찾지 못했다.
구조조정 암운은 선원들에게도 드리우고 있다.
이요한 해상노동조합 위원장은 오늘 석태수 관리인과 만나 인력 감축 방안을 논의할 예정으로, 730여명에 달하는 선원들의 축소방안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다만 상황은 육상 노조 보다는 나은 편이다.
해상노조는 해양수산부, 선주협회, 한진해운 등과 노·사·정TF를 구성하고 고용 보장을 위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노조는 필수선박 규정을 강화해 외국인 대신 한국인 선원을 고용하는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건의했다.
선박은 유형에 따라 필수선박, 지정선박, 일반선박으로 구분하며 필수선박은 외국인 선원을 척당 6명 이내로 두고 있다. 지정선박은 8명 이내, 일반선박은 자율로 판단한다.
또 기존 컨테이너선이나 벌크선에서 케미컬선, 탱커선, 유조선으로 선종 변경이 용이하도록 교육 지원 등을 요청했다. 타 선종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국내 선사들의 동참이 필수적이다.
노사정TF는 앞으로 2주에 한 번씩 만나 구체적인 대책을 논의하면서 다른 선사들의 고용 지원을 요청할 방침이다.
[뉴스핌 Newspim] 조인영 기자 (ciy8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