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함지현 기자]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이 다시 손을 잡고 시내면세점 대전에 출사표를 던졌다. 이 사장과 정 회장은 이미 지난해 신규 특허권을 따 내면서 합작의 효과를 본 상황.
특히 정 회장이 꾸려 놓은 부지와 인테리어에 이 사장의 '개인기'를 바탕으로 한 MD능력까지 더해지며 HDC신라면세점은 신규면세점 중 가장 양호한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두 오너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HDC신라면세점 2호점을 꾸리기 위해 다시 한 배에 올랐다. 이미 시내면세점이 포화 상태라는 지적이 나오지만 면세점이야 말로 '바잉파워'가 가장 큰 경쟁력으로 꼽히는 만큼 2호점 진출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이들은 2호점을 'IT융복합 체험형 면세점'으로 꾸릴 계획이다. 1980년대에 태어난 젊은 밀레니얼 세대, 즉 젊은 중국 관광객을 주요 고객층으로 설정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대규모 단체 관광객 보다는 개별 관광객을 중심으로 한 수요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이들을 사로잡기 위한 '비기(祕器)'를 마련한 셈이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김학선 사진기자> |
▲ 젊은 中 고객 끌어모을 '디지털 면세점' 꾸린다
1일 HDC신라면세점에 따르면 삼성동 '아이파크타워'에 들어서게 될 면세점 2호점은 범현대가의 개발역량에 범삼성가의 IT기술을 접목한 '디지털 면세점'으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를 주 고객층으로 삼아 향후 20~30년 후에도 지속 가능한 면세 산업을 만들어 가겠다는 것이 두 오너의 생각이기 때문. 새로운 경험을 원하는 젊은 고객들에게 체험의 기회를 제공해 HDC신라면세점의 브랜드 가치를 올려나갈 계산인 것이다.
우선 삼성전자의 5세대 통신을 활용한 융합현실(MR, Merged Reality) 기술과 삼성SDS의 AI(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지능),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빅데이터 활용) 기술 등을 선보인다.
예를 들어, 면세점을 방문한 외국 관광객이 자신의 간단한 취향을 입력하고 'MR 피팅룸'에 들어서면 인공지능이 해당고객에 가장 적합한 패션을 제안 해 준다. 향후에는 방대하게 축적된 관광 데이터를 바탕으로 선호하는 여행지와 맛집 코스까지 안내해주는 서비스도 계획하고 있다.
1층 면세점 로비에는 6m에 이르는 높은 층고를 활용한 홀로그램 영상과 미디어월, 디지털 사이니지 등 첨단 IT시설이 들어선다. 각 층별로 매장별 콘셉트에 맞게 기술과 유통이 결합된 각종 디지털존도 설치된다.
IT를 통한 체험·볼거리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 용산 아이파크면세점의 주요 성공 요인이 특화된 국산품 매장이라고 보고 K-코스(Cos), K-백(Bag), K-컬쳐(Culture), K-푸드&헬스(Food & Health) 등 '4K-프로덕트(Product)'도 강화한다.
아울러 면세점 특허권을 따 내면 증축공사를 통해 약 1만3000㎡ 규모의 면세점 공간을 확보할 방침이다. 주요 명품의 경우 매장의 규모 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만큼 넓은 영업면적은 면세점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꼽힌다.
뿐만 아니라 강남에 면세점을 운영해 '용산의 아이파크면세점-중구의 신라면세점-강남의 신규면세점'을 잇는 '면세 벨트'를 완성, 관광산업의 질적 개선에 기여하겠다는 청사진도 그리고 있다.
HDC신라면세점의 두번째 시내면세점 부지인 삼성동 현대아이파크타워. <사진=HDC신라면세점> |
▲ 지난해 1위 성적표 받기는 했지만…
HDC신라는 이번 면세점 대전에서 좋은 성적을 받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 지난해 7월 치러진 1차면세점 대전에서 가장 좋은 성적은 받은 바 있기 때문이다.
HDC신라면세점은 당시 용산점을 출점하면서 총점 844점을 받으면서 2위인 갤러리아면세점보다도 38점의 우위를 차지했다. 롯데면세점은 3위인 790점을 차지한 바 있다.
이와 관련, 평가 항목 중 가장 높은 점수가 배정된 '특허구역 관리 역량'과 '경영 능력'은 이미 인정을 받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모기업인 호텔신라가 최고 등급의 AEO(세계관세기구 우수기업 인증)를 획득하는 등 세계 정상급 면세 운영역량을 인정받고 있는데다 신규 면세점을 안정적으로 시장에 안착시켰다는게 그 근거다.
아울러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GBC)와 인접해 '관광 인프라'의 강점이 있는데다, 용산 1호점에 국산·중소중견기업 브랜드를 특화한 경험이 있어 '중소기업 판매실적'과 '상생협력 노력' 부분에서도 좋은 점수를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의 견실한 재무구조와 개발능력도 가점 요인으로 꼽고 있다.
하지만 범삼성가(家)와 범현대가(家)의 연합이라는 점에서 정치적 논리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지 않겠냐는 추측이 제기되는 점이 다소 부담일 수 있다.
이번 특허에서 대기업몫 특허권이 3장에 불과한 만큼 정부가 범삼성가나 범현대가에 두 장의 티켓을 밀어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 이번 특허전에는 HDC신라와 범삼성계인 신세계, 범현대가인 현대백화점이 함께 경쟁하고 있다.
다만 두 오너의 의지가 워낙 큰 만큼 작은 의혹은 뒤로한 채 면세점 특허 따 내기 위한 전략 구상에 전념할 것으로 보인다.
HDC신라 관계자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오너의 의지가 큰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난해 좋은 성적을 받은 경험이 있기 때문에 올해도 강력한 경쟁군 중 하나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함지현 기자 (jihyun031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