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미국 대통령선거를 닷새 앞두고 양당 두 후보가 박빙의 지지율을 보이면서 실제 선거에서 동률이 나왔을 경우의 수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2016 대선은 양당 두 후보가 전례없는 스캔들을 쏟아내며 진흙탕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데 선거 당일 역시도 유례없는 타이(동률)를 기록해 또 다른 기록을 써 내려갈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
아직은 도널드 트럼프 민주당 후보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에 조금 뒤쳐져 있지만 연방수사국(FBI)의 이메일 스캔들 수사를 계기로 막판 맹공을 펼치고 있는 트럼프 때문에 클린턴 진영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모습이다.
◆ 선거인단 269명이면 ‘동률’
미국 대통령선거는 각 주에서 유권자들이 대통령에 직접 투표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특정 대통령 및 부통령 후보를 지지하기로 서약한 선거인단에 투표하는 간접 선거 방식을 취한다.
<사진=블룸버그통신> |
선거인단의 숫자는 미국의 상원 100명, 하원 435명을 합친 535명에 워싱턴DC의 선거인단 숫자인 3명을 합친 총 538명이다.
대선 선거인단이 선정되는 방식은 주 마다 다른데, 메인(Maine)주와 네브래스카(Nebraska) 주를 제외한 대부분의 주들은 가장 많은 표를 얻은 후보에게 선거인단 전체가 표를 몰아주는 승자독식제(winner-takes-it-all)를 채택하고 있다.
트럼프나 클린턴 중 한 명의 후보가 승리하려면 선거인단 투표에서 과반수(현 제도에서는 270명 이상)의 표를 얻어야 한다.
만약 두 후보가 선거인단 투표에서 각각 269표씩을 나란히 얻어 동률이 되면 대통령은 하원에서, 부통령은 상원에서 선출하게 된다.
◆ 선거인단 시나리오
선거인단 집계를 해오고 있는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에 따르면 지난달 말까지는 클린턴이 확보한 선거인단 수가 272명을 기록했지만 이메일 재수사 여파가 급물살을 탄 뒤에는 246명까지 줄어든 상태다.
RCP에 따르면 현지시각 2일 기준으로 클린턴과 트럼프의 지지율 격차도 1.7%포인트로 좁혀진 상태다.
우선 승기를 잡고 있는 클린턴을 트럼프가 뒤집기 위해서는 어떤 시나리오가 필요할까?
미국 투자전문사이트 인베스토피디아에 따르면 텍사스(선거인단 38명)와 조지아(16명)에서 클린턴보다 확실한 우세를 나타내고 있는 트럼프는 우선 플로리다(29명)와 오하이오(18명)에서의 우세를 이어가야 한다. 플로리다와 오하이오에서 트럼프가 앞서고는 있지만 격차가 크지 않다.
그 다음 트럼프는 선거인단 11명과 6명이 각각 걸려 있는 애리조나와 네바다에서 클린턴을 제쳐야 한다. 해당 주에서는 클린턴에 근소한 차이로 앞서고 있어 뒤집기가 충분히 가능한 것으로 보여진다.
그 다음은 클린턴의 마지막 보루로 여겨지는 메인 2구역(1명)과 콜로라도(9명), 뉴햄프셔(4명)을 뺏을 경우 최종 뒤집기가 가능해진다는 분석이다. 이 지역들의 경우 클린턴이 4~5%포인트의 우위를 보이고 있지만 오차범위 내인 만큼 막판 결과는 끝까지 단정하기 어렵다.
◆ 당황하는 클린턴
안정적 격차로 무난히 승기를 잡을 것이라 확신하던 클린턴 진영은 이메일 재수사 이후 지지율이 빠르게 후퇴하면서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미국 보수주의 정치평론가 러시 림보는 “분명 민주당 진영이 패닉에 빠졌다”고 말했다.
클린턴 진영이 콜로라도, 버지니아, 미시간, 뉴멕시코에서 새 광고 캠페인을 시작한 점도 급박해진 심정을 대변하는 대목이다. 클린턴의 슈퍼팩(super PAC·미국의 민간 정치자금 단체)인 '미국을 위한 최우선 행동(Priorities USA Action)'은 600만달러(약 68억원)을 들여 이들 지역을 비록해 플로리다와 펜실베이니아, 그리고 위스콘신에서도 광고를 방영한다.
하지만 CNBC는 전세가 클린턴에 유리한 상황임에는 변함이 없다고 평가했다. 클린턴이 선거인단 270명을 확보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더 많이 갖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힐러리가 플로리다에서 승리하면 대통령 당선은 확실해진다”고 말했다. 플로리다에서는 두 후보의 지지율이 동률을 이루고 있는 상황이다.
박빙 상황은 오하이오와 노스 캐롤라이나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두 곳을 모두 잃어도 펜실베니아와 다른 주 한 곳(뉴햄프셔 등)에서 더 승리한다면 역시 대선 승리가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두 곳 모두 7월 이후 여론조사 때마다 클린턴이 우위를 점해왔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시드니 특파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