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홍성현 기자] 상하이 폭스바겐과 아우디의 합자회사 설립설이 가시화되고 있다. 업계 소식통에 따르면, 상하이 폭스바겐-아우디 합자회사 설립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11월 중순께 공식 발표될 예정이다.
20년 전, 제일 폭스바겐과 합자회사를 설립했던 아우디가 ‘딴살림’을 차린다는 소식에, 업계에서는 기존 파트너인 제일 자동차(第一汽車集團公司)와의 관계에 문제가 생긴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러나 비즈니스적인 측면에서 아우디의 선택은 당연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현재 제일 폭스바겐 자동차 유한 공사(이하 제일 폭스바겐)는 중국 제일자동차와 독일 폭스바겐 자동차, 아우디 자동차와 중국 폭스바겐 투자 유한 공사(大眾汽車中國投資有限公司)가 공동 출자하여 경영하는 대형 자동차 제조 생산 기업이다.
아우디 <사진=바이두(百度)> |
◆ 지분 10%불과, 수익 배분 및 발언권 제한적
제일-폭스바겐-아우디 합자회사에서 각각의 지분율은 60:30:10으로 아우디의 지분이 상대적으로 적은 상황. 아우디가 중국 고급 세단 시장에서 최강자로 군림하며 넘쳐나는 수익을 벌어다 주고 있지만 아우디에게 돌아가는 이윤은 그 중 10%에 불과하다.
뿐만 아니라 제일 자동차와 아우디의 협력관계에서 주도권은 중국 제일 자동차가 쥐고 있기 때문에 합자회사에서 아우디의 발언권 및 중국 시장에서의 자원 배분은 제한적이다.
때문에 몇 년 전부터 폭스바겐과 아우디는 지분을 늘릴 궁리를 하고 있었다. 제일 자동차 대 폭스바겐-아우디 지분율을 60:40에서 51:49로 전환한 다음, 아우디가 폭스바겐으로부터 지분 9%를 넘겨받아 총 19%의 지분을 확보하는 방향이었다.
제일-폭스바겐의 재무제표에 따르면, 아우디의 기여 수익은 매년 약 200억위안(약3조3000억원)으로, 만일 지분 늘리기에 성공한다면 아우디는 매년 중국시장에서 18억위안(약3000억원)의 수익을 거두게 된다.
하지만 상황이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자 아우디는 ‘더 나은 파트너’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얼마 전 폭스바겐 경유차 배출가스 조작 사태로 아우디의 지분 늘리기 꿈은 기약 없이 멀어진 상태다.
◆ 실적 20년래 처음 하락세, 합자회사 설립으로 왕좌 굳히기
수익적 측면 외에도 고급 세단 시장의 추이 역시 아우디가 새로운 파트너를 찾게 된 이유로 꼽힌다. 2015년 중국시장에서 아우디의 매출 실적은 중국 진출 20여 년 만에 처음으로 하락했다. 판매량 57만대를 기록하며 여전히 고급 세단 시장의 선두를 유지했지만, 동기대비 하락폭이 1.4%에 달했다.
2015 중국 고급세단 판매량 순위 <출처=치처샤오량파이항방(汽車銷量排行榜)> |
올해 1~3분기에는 회복세를 보이며 44만대 가까이 팔아 치웠지만 증가율은 6.3%에 그쳤다. 이는 두 자릿수 이상의 성장률을 보인 라이벌 업체에 비해서는 저조한 실적이다. 고급 세단 후발주자들이 추격하고 BMW, 벤츠가 격차를 줄이며 아우디의 아성을 위협해오고 있는 것이다.
아우디에게 상하이 폭스바겐은 썩 괜찮은 선택이다. 상하이 자동차와 폭스바겐 자동차는 다년 간의 협력 기반을 갖추고 있어 아우디와의 협력 역시 순조로울 가능성이 크다. 또한 판매 루트나 마케팅 면에서 상하이 폭스바겐의 노하우와 역량은 중국 내 최고로 꼽힌다.
상하이 폭스바겐 역시 고급 세단 시장 진출을 염두해 두고 있는 상황에서 아우디의 손길은 기회일 수 있다.
무엇보다도 이번에 설립될 합자회사의 지분율이 50:50으로 설정될 것이라고 전해지고 있어, 아우디가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주도권과 발언권을 강화하는 데 힘을 실어줄 것이 분명해 보인다.
다만 지난달 8일 중국 국무원회의에서 ‘새로운 액채원료(휘발유,경유) 자동차 생산업체의 심사 및 비준을 원칙적으로 금함’ 이라는 규정을 재차 확인하면서, 자동차 생산 합자회사 건설 계획은 '심사 통과'라는 관문에 부딪혔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아우디가 다른 방식으로 합자회사를 설립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기존 상하이 폭스바겐과 스코다(SKODA)의 협력 방식을 참고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즉, 상하이 폭스바겐이 OEM 방식으로 아우디 모델을 생산한 후, 합자회사 설립을 추진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한편, 이 같은 소식에 대해 제일 폭스바겐과 상하이 폭스바겐 모두 말을 아끼고 있는 상황이다.
[뉴스핌 Newspim] 홍성현 기자 (hyun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