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수경 기자]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45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글로벌 IT 산업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후보 시절 전통산업 부활을 공언하면서 IT기업을 일자리 감소와 낮은 세수의 원천으로 지목한 이력 때문이다.
13일(현지시각) 미국 IT매체 리코드(recode)에 따르면 주요 IT 기업의 주가는 최근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다. 트럼프 당선 이후 5일간 애플의 주가는 1.95% 떨어졌다. 구글은 2.95%, 페이스북은 3.38%, 넷플릭스 7.63%, 아마존은 4.22% 각각 하락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사진=블룸버그통신> |
대다수의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들은 트럼프 당선자의 실리콘밸리 기반 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했다. 트럼프는 실리콘밸리에 자본이 집중돼 있고 각종 경제적인 혜택을 제공받은 것에 반대해 왔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은 아이폰 불매 운동을 벌이며 애플의 정보보호 및 암호화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고 아이폰을 미국에서만 만들도록 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아마존에 대해서는 세무조사와 반독점 금지법 위반 수사에 대한 의견을 강력하게 피력하기도 했다.
트럼프의 기술 기반 산업에 대한 무관심을 두고 미국 IT 기업들은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해 왔다. 일각에서는 "트럼프는 혁신의 재앙"이라며 공개서한을 발표하는 등 트럼프의 당선을 반대하기도 했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이 소유한 워싱턴포스트를 통해 트럼프 당선인을 비판했으며 "(트럼프를 위해) 우주선의 좌석 하나를 비워놓겠다"며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미국 5대 IT 기업은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게 60배 더 많은 금액을 후원하기도 했다.
트럼프의 당선으로 노골적으로 반대를 표했던 이들 기업에 불똥이 튈 수도 있다는 점에서 예의가 주시 되고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의 반이민 정책도 IT 기업들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해외 고급 인력 채용을 위해 취업비자(H-1B) 비자 발급 조건을 완화해 달라던 IT 기업들의 요구와는 달리, 트럼프는 미국인에게 일자리를 주기 위해 취업 비자 발급을 까다롭게 해야 한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트럼프 장벽'에 가로막힐 경우 실리콘밸리가 해외 IT 인재 유치에 어려움을 겪을 뿐만 아니라 그 파장은 IT기술 개발이나 제품 판매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트럼프가 제조업 부흥을 위해 보호무역을 추진하면서 중화권 하청 기업에 위탁 제조를 해오던 방식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트럼프가 아마존과 같은 특정 IT기업에 앙심을 품고 관련 산업의 발전을 일부러 저해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페이팔 공동창업자 겸 페이스북 이사인 피터 틸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합류한 것에 대해 "그는 실리콘밸리를 대변해 줄 유일한 지지가 될 필요가 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뉴스핌 Newspim] 이수경 기자 (soph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