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황세준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닮은꼴 경영이 화제다.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대형 M&A, 인수회사에 대한 독립경영 등 경영철학이 비슷하다는 평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의 하만 인수와 소프트뱅크의 ARM 인수는 모두 프리미엄을 대폭 얹은 '통큰 결단'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 14일 발표한 하만 인수금액은 80억달러(한화 약 9조3000억원)다. 자산총계 7조원짜리 회사를 2조원 더 얹어 사들인 것이다. 주식 가치로도 28%의 프리미엄이 붙었다.
이는 소프트뱅크가 지난 7월 영국 반도체 회사 ARM을 243억파운드(한화 약 36조5000억원)에 인수할 당시 43% 프리미엄을 얹은 것과 비슷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하만 인수 금액은 사상 최대"라며 "이재용 부회장이 미래 먹거리에 집중하기 위해 통큰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하만을 포함, 올해 들어서만 미래 먹거리 관련 6건의 M&A를 성사시켰다. 미국 클라우드 서비스업체 조이언트, 캐나다 디지털광고 스타트업 애드기어, 중국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 미국 럭셔리 가전 브랜드 데이코, 인공지능(AI) 플랫폼 개발기업 비브랩스 등을 사들였다.
이 부회장과 손 회장은 매년 열리는 비공개 최고경영자 모임인 ‘선밸리 콘퍼런스’에서 정기적으로 만나는 등 평소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 사람은 지난 9월말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회동을 갖고 사업 협력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기도 했다.손 회장과 이 부회장은 로봇, 사물인터넷, 가상현실 등 미래기술에 대한 관심사도 비슷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뉴요타임스 등 미국 언론들은 삼성의 하만 인수 소식을 전하며 올해 빅딜 사례로 소프트뱅크의 ARM 인수건을 동시에 언급, 차세대 스마트카 제조를 위한 기업 경쟁이 가속화된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관련업계는 손 회장과 이 부회장은 피인수 회사의 전문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경영 방침도 비슷하다는 평가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사진=블룸버그통신> |
손 회장은 지난달 미국 캘리포니아 샌타클래라컨벤션센터에서 ARM 경영진들과 만나 독립경영을 약속했다. 삼성전자도 하만 인수 후 자회사로서 기존 경영진에 운영을 맡기기로 했다.
임종용 ARM코리아 대표는 "손 회장은 ARM 경영에 대해 현재 CEO인 사이먼 시거스가 알아서 하는 것이라고 말해 독립경영 방침을 분명히 했다"며 "ARM은 단기 실적에 대한 부담보다는 장기적으로 사물인터넷 투자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전했다.
이안 퍼거슨 ARM 본사 부사장 역시 "소프트뱅크는 평상시와 같은 비즈니스, 즉 기존과 동일한 사업전략과 브랜드 등을 약속했고 실제로 인수 이후 바뀐 것은 없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인수회사의 경영진이 내부 상황을 가장 잘 아는 전문가들"이라며 "2014년 인수한 스마트싱스의 경우도 기존 경영진에 맡겨 운영한 바 있다"고 전했다.
이밖에 관련업계는 삼성전자와 소프트뱅크 모두 세계 최고의 기업을 인수함으로써 단숨에 시장 선두주자로 올라설 기반을 마련한 점도 비슷하다는 평가다.
소프트뱅크는 사물인터넷(IoT) 분야에서 업계 선두주자로 등극할 전망이다. ARM은 애플과 삼성전자 등 주요 정보통신(IT) 업체들에 칩 설계도를 개발해주고 로열티를 받는다. 세계 10대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제조사 중 6곳이 ARM과 라이센스 계약을 맺고 있다.
삼성전자는 기존에 보유한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의 역량에 하만의 인포테인먼트 등 전장사업 노하우를 접목해 최단시간 내에 자동차 사업을 본궤도에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만은 커넥티드카용 인포테인먼트(Infotainment), 텔레매틱스(Telematics), 보안, OTA(Over The Air;무선통신을 이용한 SW 업그레이드) 솔루션 등의 전장사업 분야 글로벌 선두 기업이다.
시장조사기관 IHS는 오는 2022년까지 하만이 인포테인먼트와 텔레매틱스, 음향·디스플레이 시스템 등에서 매출기준으로 10%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