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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이홍규 기자] 신흥국의 완화적인 통화 정책으로 신흥국 시장이 랠리를 펼칠 것이란 최근 전망에 경고가 제기됐다. 신흥 시장에서 긴축 사이클이 도래했다는 분석이다.
도널드 트럼프의 보호무역, 인플레이션 심화, 가파른 연준의 금리 인상 등이 예상되는 가운데 자금 유출 압력은 더욱 높아지면서 신흥국들이 금리 인상으로 대응할 수 밖에 없다는 의견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주를 이뤘다. 일부 투자은행들은 신흥 시장에 비중축소 의견을 내놨다.
◆ 멕시코·터키·남아공 긴축 예상…칠레·중국 현상 유지
<사진=블룸버그통신> |
지난 16일 투자은행 소시에테제네럴은 보고서를 통해 금융시장은 앞으로 9개월 내에 멕시코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1.65%포인트(165bp, 1bp=0.01%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기준금리가 4.75%에서 6.25~6.5% 수준으로 올라갈 것이란 전망이다.
또 터키 중앙은행은 내년 2월 정례회의까지 211bp에 달하는 공격적인 긴축 사이클에 돌입할 것으로 시장은 예상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전엔 그 기대폭이 144bp에 그쳤다.
남아프리카 공화국도 12개월 내에 약 42bp의 추가 긴축이 예상되는 모습이다.
모든 국가에서 긴축 사이클이 예상되는 건 아니지만, 이제 신흥국 중앙은행들의 테이블 위에서 '통화 완화' 의제는 사라지게 됐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1주일 전만 하더라도 금융 시장은 칠레가 내년 11월까지 금리를 25~50bp 인하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이제는 금리 인하는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중국 인민은행(PBoC)의 경우 향후 1년 내 1년만기 대출금리를 4.35%에서 3.85%로 내릴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지만, 이제는 동결로 기울었다.
신흥국 중에서 완화 기대감이 가장 높았던 브라질은 내년 7월까지 기준금리가 현행 14%에서 11.5~11.75%가 아닌 12%로 떨어지며 완화폭이 앞선 예상보다 제한될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인도는 1년 내 50bp의 금리 인하가 예상된다. 정부가 500루피와 1000루피짜리 화폐 유통을 금지시킨 이후, 단기적으로 소비가 위축될 것이란 예상이 금리 인하 전망에 더 힘을 실었다.
◆ "투자자들 신흥국 투자에 비관적으로 변해"
<사진=블룸버그통신> |
네덜란드 투자은행인 NN 인베스트먼트 파트너스의 잭 바쿰 선임 신흥시장 전략가는 파이낸셜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신흥시장으로 자금 흐름이 유출로 돌아섰고, 한동안 유출 현상이 지속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더 이상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전망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상반기 주요 원자재 가격들이 일제히 상승한 점을 고려하면 신흥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은 선진국보다 더 높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신흥 시장에서 추가적인 완화 정책은 더욱 기대할 수 없게 됐다는 진단이다.
게다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트럼프의 대규모 재정 지출 공약에 따른 가파른 물가 상승을 경계하면서 자금 조달 환경은 더욱 긴축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이에 따라 더 많은 투자자들이 신흥국 투자에 비관적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소시에테제네랄의 가이 스티어 신흥시장 전략 부문 책임자는 전했다.
NN인베스트먼트의 바쿰 전략가는 "신흥국의 경기 개선이 주로 선진국의 자본 흐름에 의해 주도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이상 신흥시장 전망을 낙관할 수 없다"며 "이미 자금 유출로 신흥국 국채 금리가 뛰어오르고 있다. 우리는 신흥국 통화, 채권, 주식에 대해 비중확대 의견이었지만 이제 모든 신흥국 자산에 비중 축소 상태"라고 말했다.
◆ "아시아, 강 달러·미 국채 상승 이중 압박"
신흥국 중에 아시아 지역에 대한 우려감이 높아졌다. 트럼프 당선인의 보호무역과 고립주의 기조로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아시아 국가들의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금융전문매체 배런스에 따르면 모간스탠리의 고르디안 키멘 통화전략가는 보고서에서 "한국의 원화, 말레이시아의 링깃화, 싱가포르 달러, 인도네시아의 루피아가 무역 둔화와 자금 조달 여건 변화에 따른 이중 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강달러, 미 국채 금리 상승 테마가 아시아 시장을 계속 압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다른 아시아 국가와 비교해봤을 때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는 상대적으로 취약한 재정 여건이어서 국채 시장이 미 국채 금리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바쿰 전략가는 "중국에서 대규모 자본 유출이 우려된다"면서 "중국의 자본 유출이 지속할 경우 신흥 시장에 더욱 비중축소 상태를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홍규 기자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