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아시아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 계획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미국 45대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승리하면서 전세계 채권 수익률이 가파르게 치솟은 결과다.
대선 이전 회사채 발행 계획을 세우고 있던 기업들이 이른바 트럼프 충격에 발이 묶였다는 지적이다.
달러화 <출처=블룸버그> |
21일(현지시각) 컨설팅 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연초 이후 아시아 기업의 회사채 발행 규모는 1조1000억달러에 달했다. 이는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2608억달러에서 급팽창한 수치다.
하지만 달아 올랐던 회사채 발행 열기가 지난 8일 미국 대선 이후 급랭하는 실정이다. 미국을 필두로 전세계 주요국 국채 수익률이 큰 폭으로 뛰면서 발행 비용 부담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중국부터 일본까지 아시아 주요국 기업들이 미국 대선 결과와 이에 따른 시장 파장으로 인해 자금 조달 계획을 잠정 보류하거나 취소하는 움직임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당선자의 경제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릴 것이라는 관측과 내달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 기대가 맞물리면서 시장금리가 크게 치솟았다.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대선 이전 1.7% 선에서 2.3% 선까지 뛰었고, 독일 10년물 수익률도 0.3% 내외에서 움직이고 있다. 일본 10년물 수익률은 마이너스 영역을 탈피, 0.03%까지 오르면서 일본은행(BOJ)이 지난 9월 제시한 0% 캡을 넘어선 상황이다.
여기에 달러화가 6개 바스켓 통화에 대해 13년래 최고치로 뛰면서 현지 통화 표시 채권 발행을 계획했던 아시아 기업들의 상환 부담이 크게 높아졌다.
아울러 이머징마켓 주식 및 채권시장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는 상황도 신규 발행 여건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시장 전문가들은 최근 금리 급등이 단기적인 현상으로 마무리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도 경계감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마크 펠로트 JP모간 자본시장 헤드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대선 이후 금리 상승은 단기적인 현상으로 보인다”며 “투자자들에게 잠재 리스크는 최근 상황이 펀더멘털에 해당하는 상황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주장했다.
JP모간에 따르면 아시아 기업의 달러화 표시 채권 발행 비용이 대선 이전 평균 4.13%에서 최근 4.59%까지 뛰었다.
지난주 중국의 부동산 개발업체 컨추리 가든 홀딩스는 10년 만기 달러 표시 채권 발행 계획을 보류하기로 했다. 회사 측은 시장 상황이 불확실하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인도 국영기업 카나라 은행은 5억달러 규모의 달러 표시 채권 발행 계획을 미국 대선 이후 취소했다.
은행 측은 자금 조달 계획을 강행하려고 했지만 로드쇼에 기대했던 만큼 투자자들이 나타나지 않았고 결국 회사채 발행이 불발됐다.
시장 전문가들은 기존 회사채의 차환 발행이 막히거나 금리가 큰 폭으로 치솟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2017년과 2018년 만기 도래하는 아시아 회사채 물량이 작지 않고, 시장 금리가 지속적으로 오를 경우 소위 ‘발작’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경고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