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비우량등급) 모기지 사태를 정확히 예측, 벼랑 끝 위기 속에 쏠쏠한 차익을 올렸던 억만장자 헤지펀드 투자가 존 폴슨이 이번 미국 대선 베팅에서도 승기를 잡았다.
대다수의 월가 투자자들이 거부했던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의 승리를 정확히 점치면서 불과 10여일 사이 뭉칫돈을 벌어들인 것.
반면 조지 소로스는 고개를 숙였다. 트럼프 당선자를 ‘위험한 인물’이라고 몰아세우며 우회적으로 그를 공격하기 위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에게 거액을 후원했다가 체면을 구긴 것.
지난 9월 뉴욕 이코노믹클럽에서 트럼프 당선자와 자리를 함께 한 존 폴슨 <출처=블룸버그> |
이번 미국 대선에서는 양대 후보 이외에 헤지펀드 구루들 사이에서도 명암이 크게 엇갈렸다.
21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폴슨이 이끄는 폴슨 앤 컴퍼니는 트럼프 당선자에 대한 베팅으로 이미 커다란 반사이익을 떠안았다.
폴슨은 트럼프 당선자에게 정치 자금을 후원한 것 이외에 국책 모기지 업체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 지분을 사들였다.
미국 대선 이후 두 개 업체의 보통주는 약 두 배에 이르는 주가 폭등을 연출했다. 폴슨 펀드의 자산 가치 역시 동반 급증한 셈.
트럼프 당선자는 대선 이후 모기지 업체에 대해 어떤 공식 발언도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월가 투자자들은 새로운 백악관 주인과 공화당이 재무부로 전달되는 이들 업체의 이익금 중 상당 부분을 주주들에게 나눠줄 것으로 기대, 공격적인 ‘사자’에 나섰다.
미국 정치 자금 감시 단체인 CRP(Center for Responsive Politics)에 따르면 폴슨은 올해 총 33만달러를 웃도는 자금을 트럼프 캠프에 후원한 것으로 파악됐다.
아울러 폴슨은 양대 국책 모기지 업체의 경영 쇄신을 위해 의회에 강력한 로비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소로스는 이번 대선 결과로 위신이 떨어졌다. 헝가리 출신의 홀로코스트 생존자인 그는 대선 기간 수 차례에 걸쳐 반이민 정책을 포함해 트럼프 당선자가 제시한 공약에 강력한 반감을 드러냈다.
뿐만 아니라 그는 클린턴 후보에게 지난 3월 말까지 1300만달러의 자금을 후원, 앞서 43~44대 대선 후원금을 합친 금액보다 큰 액수를 정치판에 베팅했다.
소로스를 포함한 민주당 후원자들은 지난주 워싱턴에서 회동을 갖고 대선 결과에 따른 손실을 만회하기 위한 대책에 대해 논의했다.
대선 결과를 자축하며 첫 여성 대통령 취임을 둘러싼 아젠다를 논의할 것이라는 기대와는 전혀 상반되는 상황이었다.
이번 모임에서 소로스는 엘리자베스 워렌 상원 의원 및 크리스틴 길리브랜드 행동주의 컨설턴트와 함께 마지막 패널 토론에 자리를 함께 했다.
한편 소로스는 지난 2004년 대선 당시에도 ‘안티 부시’를 자처하며 경쟁 후보에게 막대한 자금을 후원했으나 쓴 맛을 본 경험이 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