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이진성 기자] 보건복지부가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에 연루된 의혹으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복지부는 차병원그룹과 김영재 의원 등 특정 의료기관에 특혜를 준 혐의와 삼성물산 합병건에서 산하기관인 국민연금공단의 의사결정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산업통상자원부와 미래창조과학부도 다음 압수수색 대상자로 꼽힌다. 특정 의료기관이 특혜를 받는 과정에서 복지부를 압박한 흔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는 점에서 검찰의 강도 높은 압수수색이 불가피해 보인다.
28일 정부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최순실 특혜 의혹과 관련해 검찰의 다음 수사대상으로 복지부와 산업부, 미래부 등이 거론되고 있다. 복지부는 차병원그룹과 김영재 의원의 대통령 해외순방 참여와 줄기세포 연구의 비동결난자 사용을 허가 등에서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게다가 복지부는 문형표 전 복지부 장관이 삼성물산 합병건에 대해 국민연금을 압박한 의혹도 제기되면서 검찰 수사대상 1순위로 거론되고 있다.
◆ 억울하다는 복지부, 퍼즐 맞춰보니 산업부가 숨은 배후
복지부는 의혹이 불거질때마다 억울하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사실상 산업부가 특정 의료기관이 특혜를 받을 수 있도록 정책을 주도했다는 것이다. 실제 박근혜정부가 시작되면서 산업부는 대통령 지시라는 이유로 복지부에 비동결난자 허용 등 규제를 풀라고 압박해왔다. 그럼에도 복지부의 움직임이 더디자, 올해 초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를 끌어들여 연내 100개 과제에 대해 규제를 풀라고 압박 강도를 높였다.
결국 복지부는 반년만에 100개의 규제 가운데 90여개를 풀었는데, 해결되지 않은 과제 중엔 비동결난자 사용이 포함됐다. 이 책임을 묻고 당시 담당과장은 생명윤리정책과장에 임명된지 4개월여만에 다른 부서로 발령났다. 복지부는 A과장이 주무과장으로 영전한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내부 관계자들은 한 목소리로 영전으로 보이지만 알고보면 징계라는 뜻인 '영전 속 징계'라고 표현한다.
당시 미래부도 수시로 복지부를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미래부는 산업부와 맥을 같이해 올해 수시로 비동결난자 과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 같은 발언 시기가 대통령 직속인 규개위를 앞두고 나왔다는 점에서 궁금증은 더욱 커진다.
해외순방에 대한 의혹도 불거진다. 복지부는 차병원그룹과 김영재 의원이 대통령 해외순방에 참여하게 된 계기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산업부로부터 명단을 받은 것이 전부라는 내부자 제보도 잇따랐다.
이 과정에서 산업부는 "특정 기업의 참여를 복지부에 요청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경제사절단은 기업들의 자발적 신청(산업부, 경제단체, 코트라 등)에 따라 민간 선정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선정되며, 배제사유(신용불량 등)가 없으면 대부분 선정된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거짓 해명은 오래가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5차 촛불집회가 열린 지난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 시민들이 집결하고 있다.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 해명도 거짓, 갈수록 커지는 의혹들
차병원은 해외순방 특혜 의혹에 대해 억울하다며 해명자료를 냈는데, 그 내용에는 "복지부 등 정부로부터 참여를 독려받았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정부가 관여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는 대목이다.
아울러 이 과정에서 취재가 들어오자, 차병원 측은 뒤늦게 복지부에 연락해 "해명자료를 수정하고 있다"고 전달하면서 정부가 관여한 내용을 빼버렸다. 외압을 받았다는 의혹이 커진다.
종합적으로 판단할 때, 복지부는 실무를 책임지고 이 과정에서 산업부, 미래부 등은 정책을 총괄하면서 관여했다는 의혹이 불거진다. 해당 부처 관계자들도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사실일 수도 있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처음에는 말도 안 되는 소설이라고 생각했지만, 모든 것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으론 최순실 국정 농단의 주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죄책감도 생기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 정부부처 공무원은 "우리가 국민을 위해 해왔던 주요 업무들이 결국 특정인들을 위한 일에 불과했다는 것"이라며 "사실로 드러날 경우 허탈감을 넘어 죄책감을 끌어안고 후회하며 살아가야할 것 같다"고 허탈해했다.
[뉴스핌 Newspim] 이진성 기자 (jin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