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막판까지 이어진 진통 끝에 30일(현지시각) 8년만의 감산 합의를 이끌어냈다.
주요 산유국들이 회의 직전까지 강한 대립각을 세운 데 따라 투자자들 사이에 회의론이 번졌지만 OPEC은 지난 9월 대략적인 감산안에 동의를 이룬 데 이어 세부안에 대한 합의를 이뤄냈다.
이에 따라 국제 유가가 장중 9% 랠리했고, 뉴욕증시 역시 한 때 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우는 등 금융시장이 반색했다.
<사진=블룸버그> |
◆ 합의 세부안은
30일(현지시각) 주요 외신에 따르면 OPEC은 이날 비엔나에서 열린 정례 회의에서 산유량을 하루 120만배럴 감축하는 데 합의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모하메드 빈 살레 알-사다 OPEC 사무총장은 산유국들의 원유 생산 규모를 하루 3250만배럴로 제한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합의가 역사적인 성과라고 평가하고, 회의 결과에 대해 대단히 성공적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어 그는 이번 회의에서 결정한 감산안이 내년 1월부터 시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우디 아라비아와 이라크, 이란 등 3개 주요 산유국 사이에 대립이 실마리를 찾으면서 전반적인 감산 합의에 도달했다는 것이 소식통과 외신들의 얘기다.
결국 지난 9월 회의 때부터 원유시장의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는 데 적극적인 행보를 취했던 사우디가 가장 커다란 부담을 지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OPEC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사우디는 산유량을 하루 48만6000배럴 감축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사우디의 생산 규모는 하루 1006만배럴로 줄어들게 된다.
반면 이란의 산유량은 하루 약 380만배럴에서 동결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졌다. 기존의 산유량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강경하게 맞섰던 입장에서 거의 양보하지 않은 셈이다.
러시아를 포함한 OPEC 비회원국의 경우 하루 60만배럴을 감산하는 내용으로 절충이 이뤄졌다. 인도네시아는 원유 순수입국이라는 이유를 들어 이번 감산에 참여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OPEC에서 탈퇴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인도네시아는 지난달 하루 70만배럴을 웃도는 원유를 생산한 것으로 나타났다. OPEC 회원국 가운데 유일한 원유 순수입국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감산에 참여하지 않은 데 따른 시장 파장이 작지 않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 공급 과잉 해소 효과 얼마나?
바레인 유전 <출처 = AP/뉴시스> |
OPEC의 감산 합의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날 국제 유가는 폭등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장중 한 때 9% 치솟으며 배럴당 50달러 선을 뚫었다.
하지만 8년만에 이뤄진 OPEC의 극적인 합의가 내년 원유 시장의 수급을 크게 개선시키기는 어렵다는 것이 월가 애널리스트의 판단이다.
최근 2년간 유가 폭락을 초래한 과잉 공급 문제가 여전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비엔나 소재 JBC 에너지는 보고서를 통해 미국 셰일 업체들을 포함한 OPEC 비회원국들의 유가 반등에 따른 생산 확대에 나설 태세라고 전하고, 이 때문에 이번 감산 합의가 원유 과잉 공급과 유가 하락 압박을 크게 해소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부에서는 인도네시아의 감산 불참에 따라 전반적인 감산 규모가 사실상 크게 축소되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WTRG 이코노믹스의 제임스 윌리엄스 이코노미스트는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인도네시아의 불참으로 인해 이번 감산 규모는 하루 120만배럴이 아니라 사실상 50만배럴에 불과한 셈”이라고 판단했다.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합의안의 이행 여부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컨설팅 업체 우드 맥킨지의 앤 루이스 히틀 애널리스트는 “단기적으로 공급 과잉 문제가 일정 부분 완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감산 합의 이행이 수개월 이상 지속되지 않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당분간 사우디의 공급 가격을 주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그렉 샤레노 핌코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앞으로 수 주일 사이 사우디의 공식 원유 공급 가격을 통해 실제 합의안대로 감산을 이행할 것인지 여부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OPEC의 합의를 호재로 휘발유 선물이 장중 8% 가까이 치솟았고, 디젤 역시 7% 가량 올랐다.
외환시장에서도 OPEC 효과가 뚜렷했다. 러시아 루블화가 장중 1.3% 급등했고, 캐나다 달러화도 0.1% 가량 완만하게 올랐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