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심지혜 기자] 오랜 기간 유료방송시장 우위에 있던 케이블TV업계는 위기의식이 팽배하다. 20여년 동안 일궈온 시장에서 '모바일 결합상품'을 앞세운 IPTV에 설자리를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케이블TV업계는 대안으로 이통사 모바일과 케이블TV를 묶어 판매할 수 있는 ‘동등결합’ 상품을 준비하고 있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더욱이 정부가 유료방송시장의 균형 발전을 위해 준비 중인 ‘유료방송 발전방안’ 마저 안위 보전은커녕 불안감을 키웠다. 그간 유지해온 권역제한 폐지 방안을 내세운 것이다. 이에 업계는 이에 강력하게 반발하며 연내 발표 예정인 유료방송발전 방안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케이블TV, IPTV 가입자 추이. |
3일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유료방송 발전방안은 이르면 다음 주 관계부처 의견수렴을 거쳐 회의체 안건으로 상정, 이달 내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케이블TV업계가 가장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부분은 ‘권역사업권 폐지’ 여부다. 학계, 사업자간 이견을 보이고 있지만 미래부는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권역제한을 폐지해야 한다는데 중심을 두고 있다.
그러나 케이블TV업계는 수십년간 유지해온 권역 제한을 폐지하는 것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1995년 출범이래 줄곧 유지해온 정체성이 상실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는 케이블TV 사업자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근거가 된다는 주장이다.
케이블TV는 78개 권역에서 각 사업자마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역사업자’로 지역별 채널 제공을 의무로 하고 있다. IPTV, 위성방송 등 경쟁 유료방송사업자들은 권역제한 없이 전국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해 의무 제공 지역채널이 없다.
업계는 권역제한이 폐지되면 지역민들을 위해 제공했던 지역채널 운영력이 약해져 공적 책무가 소홀해 지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케이블TV가 IPTV에 의해 퇴출 수순을 밟게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케이블TV는 이미 시설투자가 과포화 돼 타 권역으로 사업 진출이 어렵지만 IPTV는 수익성이 높은 방송권역을 중심으로 진출해 저렴한 가격으로 서비스를 제공, 케이블TV를 퇴출시키는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더욱이 케이블TV가 퇴로 길로 접어들게 된 결정적 원인이 ‘모바일’을 중심으로 하는 통신사 결합상품인데, 권역폐지는 이들에게 또다시 힘을 실어주는 일에 지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케이블TV업계도 동등결합을 준비하고는 있지만 효과를 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이미 통신사들에게 자체 결합상품이 있기 때문이다. 설령 동등결합이 활성화 된다 해도 시장이 이미 모바일 중심으로 기울고 있어 결과적으로는 전체 유료방송시장이 IPTV를 제공하는 통신사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풀이했다.
케이블업계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의 정책과 다양한 정보제공, 타 플랫폼이 다루지 못하는 콘텐츠를 다루는 케이블TV만의 20년간의 노하우 등을 하루아침에 없애는 것은 국가적 낭비다. 권역폐지는 방송사들의 공익성과 공공성 실현을 위한 길을 막는 것”이라고 말했다.
케이블TV 업계의 강력한 반발에 일각에서는 미래부가 1안, 2안 식으로 방안을 내놓으며 권역폐지를 단번에 실현하지 않을 것으로 보기도 했다.
하지만 미래부 입장은 단호하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케이블TV 사업자들도 권역제한 폐지에 공감하고 있고 산업의 발전적인 측면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권역제한이 케이블TV의 독점사업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출범 초기에만 잠시 그랬을 뿐이지 IPTV 등이 진입하면서 여러 사업자들이 같은 권역에서 서비스 하고 있다. 가치가 상실한다는 것도 비싼 값에 M&A 하고 싶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지역채널 강화 방안은 별개의 문제다"라고 전했다.
<자료=케이블TV협회> |
[뉴스핌 Newspim] 심지혜 기자 (sj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