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8년만에 감산 합의를 이룬 데 따라 유가 상승 기대가 고조, 투자자들이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로 뭉칫돈을 베팅하고 있다.
상품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짐 로저스와 골드만 삭스가 이번 감산 합의에 따라 앞으로 유가가 배럴당 6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하는 등 긍정적인 전망이 번진 결과로 풀이된다.
원유 <출처=블룸버그> |
2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S&P500 지수에 편입된 석유가스 탐사 및 개발 업체로 구성된 SPDR ETF로 지난 1일 하루 사이 10억달러를 웃도는 자금이 밀려들었다.
이는 사상 최고치에 해당할 뿐 아니라 직전 기록의 두 배에 이르는 규모다. 지난달 30일 OPEC의 극적 타결 소식이 전해지자 투자자들이 공격적인 ‘사자’에 나선 셈이다.
1일 자금 유입액은 역사적 일평균치의 약 1000배에 이르는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아울러 이날 석유가스 관련 ETF의 자금 유입 규모는 전체 주식 ETF 가운데 최상위권에 해당했다.
특히 해당 ETF가 OPEC 회의 직전 5거래일 사이 올들어 주간 기준 최대 자금 유출을 기록한 뒤 나타난 급반전이어서 더욱 투자자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상황은 파생상품 시장도 마찬가지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에 따르면 에너지 관련 선물옵션 거래가 지난 1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배럴당 60달러까지 상승하는 데 베팅하는 옵션 포지션이 OPEC 회의 결과가 나오기 전날인 지난달 30일 3만건에서 1일 3배 이상 급증, 10만건을 넘어섰다.
CME에 따르면 지난 1일 에너지 관련 선물옵션 거래 규모가 총 450만건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마르코 리스크 어드바이저스의 크리스 케턴만 전략가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OPEC의 실제 합의 이행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이 없지 않지만 2017년 유가에 대해 낙관하고 있다”고 전했다.
에드먼드 싱 BNP 파리바 전략가는 “선물옵션 거래에서 투자자들이 향후 유가에 대해 대단히 낙관적이라는 사실이 강하게 드러나고 있다”며 “하지만 트레이더들이 OPEC 효과를 과대평가하는 측면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OPEC이 지난달 회의에서 합의한대로 내년 1월부터 하루 120만배럴 감산에 돌입하더라도 원유시장의 공급 과잉 문제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당분간 국제 유가는 상승 흐름을 탈 것이라는 데 투자자들이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로 WTI가 지난 1일 약 4% 급등한 데 이어 2일 장중 추가 상승, 배럴당 51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브렌트유 역시 16개월래 최고치로 뛰었다.
짐 로저스는 WTI가 조만간 배럴당 60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인도의 이코노믹 타임즈와 인터뷰에서 “글로벌 주요 산유국의 원유 재고가 3년 전 수준을 밑돌고 있다”며 “원유시장의 펀더멘털이 개선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사우디 아라비아와 이라크, 나이지리아, 이란 등 주요 산유국들이 최근 수년 사이 새로운 유전을 발굴하지 못했다고 강조하고, 에너지 종목의 투자에 나설 시점이라고 밝혔다.
앞서 골드만 삭스도 OPEC의 감산 합의에 따라 WTI가 배럴당 6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