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최유리 기자] 넷마블게임즈(이하 넷마블)와 엔씨소프트가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자존심 대결에 나섰다. 일주일 차이로 리니지 IP(지적재산권)를 활용한 신작을 내놓으면서다. 모바일 1인자 넷마블과 리니지 종가 엔씨소프트가 각각 텃밭 사수와 차기 성장 엔진을 두고 치열한 맞대결을 펼치게 됐다.
15일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순위에는 각각 넷마블의 '리니지2:레볼루션'(이하 레볼루션)과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레드나이츠(RK)'(이하 RK)가 1위에 올랐다.
특히 레볼루션은 지난 14일 출시되자 마자 애플 앱스토어 1위를 차지했다. 레볼루션에 선두 자리를 빼앗긴 RK는 3위로 하락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의 경우 레볼루션 성적이 집계되기 전이지만 주말께 정상에 오를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2월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엔씨소프트-넷마블게임즈 공동사업 및 전략적 제휴식`에서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왼쪽)와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의장이 손을 맞잡고 있다. <사진 = 뉴스핌> |
게임 장르가 다르다고 하지만 두 게임의 경쟁은 넷마블과 엔씨소프트의 피할 수 없는 자존심 싸움이 될 전망이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의 첫 자체 개발 모바일 게임으로 방준혁 넷마블 의장의 텃밭인 모바일 시장에 도전장을 냈기 때문이다. 특히 같은 IP로 맞붙어 승패 여부는 개발력과 게임성에 대한 우위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레볼루션은 '리지니2' IP를 이용해 넷마블이 개발한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다. 지난해 넥슨과 경영권 분쟁을 겪던 엔씨소프트와 손을 잡는 과정에서 판권을 얻은 결과였다.
토종 IP를 활용해 처음으로 내놓는 MMOPRG인 만큼 공을 들였다. 수 백명에서 수 천명이 동시에 접속해 실시간 전투를 벌이는 장르 특성상 개발력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출시 2~3년을 넘긴 구작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신작의 성공이 필수적인 상황이기도 했다.
초반 성적은 기대를 뛰어넘고 있다. 출시 전 사전 예약자 340만명을 모은 데 이어 출시 당일부터 흥행 조짐을 보였다. 이용자가 급격히 몰리고 대기열이 생기면서 잇단 서버 증설에 나섰다. 이에 따라 서버 100대로 서비스를 시작한 넷마블은 전날 저녁 신규 서버 30대를 추가했다.
누적 다운로드건수 100만을 넘겼을 것으로 추산되면서 모바일 게임 가운데 가장 빠른 흥행 기록을 세운 '레이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넷마블 관계자는 "초반부터 예상보다 높은 성적을 내면서 잇달아 서버 증설에 나서고 있다"면서 "첫 토종 MMORPG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넷마블의 빠른 추격에 엔씨소프트는 긴장의 고삐를 당기고 있다. 레볼루션 출시 당일 RK 첫 업데이트로 맞대응을 했다. 영화감독 박찬욱을 앞세운 TV 광고 등 대대적인 마케팅에 나서며 RK에 총력을 쏟고 있다.
<넷마블의 리니지2:레볼루션과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레드나이츠 이미지=각 사> |
엔씨소프트 입장에선 RK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다. 온라인 게임 강호로 입지를 다졌지만 모바일 시장 진입이 늦어 성장세 지속 여부가 물음표로 남았기 때문이다. 출시 첫날 일부 게임 커뮤니티에서 부정적인 평가가 쏟아지면서 주가가 10% 가량 빠졌을 만큼 RK 성공 여부가 미치는 회사 전체 성장에 미치는 영향이 컸다. 더구나 RK를 필두로 본격적인 모바일 신작 출시를 예고하고 있어 첫 스타트를 잘 끊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IP를 보유한 리니지 원조로서 자존심이 걸려 있다는 점도 이번 대결의 관전 포인트다. 두 게임 모두 같은 IP를 활용해 일정 부분 이용자 층이 겹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성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엔씨소프트의 첫 모바일 게임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던 만큼 초기 성과에 주가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면서 "경쟁작 출시 이후 카니발라이제이션(잠식 효과)에 따른 이용자 이탈이나 매출 순위 하락은 리스크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기존 리니지 유저들이 모바일로 옮겨오면서 이용자들이 일부 겹칠 수도 있지만 전혀 다른 게임이다"라며 "레볼루션 흥행으로 IP 수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에 윈윈할 수 있는 구조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뉴스핌 Newspim] 최유리 기자 (yrcho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