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최영수 기자]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저녁 만찬 회동을 갖는다. 지난 1월 유 부총리 취임 직후 가졌던 첫 오찬회동 이후 약 11개월 만이어서 각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한국경제의 경제정책과 통화정책을 주도하는 양 기관의 수장이 긴급 회동하는 이유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이후 경제 현안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하기 위한 것이다.
◆ 미 금리인상에 정부·한은 긴급회동…경제 현안 대응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월 15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오찬 회동을 열었다. <사진=뉴스핌 DB> |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는 14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50∼0.75%로 0.25%p 인상했다. 특히 내년 중 3회에 걸쳐 인상을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다급해진 정부가 긴급회동을 추진한 것이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우리나라(1.25%)와의 격차는 최소 0.5%에 불과하다. 내년 들어 미국이 추가로 금리를 올릴 경우 금리차가 거의 없어지는 셈이다. 이 경우 국내 투자자금이 이탈할 가능성이 크고 금융·외환시장에 적지 않은 충격이 예상된다.
우리나라도 기준금리를 따라 올리면 되지만 경기침체와 낮은 성장률, 1300조원 규모의 가계부채를 놓고 보면 마냥 미국을 따라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정부와 한은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이번 회동에서 경제 및 금융상황에 대해 전반적인 의견을 나누고 인식을 공유하겠지만, 무엇보다도 미국의 금리인상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금융·외환시장 불안에 대해 선제적인 대응조치를 하겠지만, 역시 한은과 인식을 공유하고 서로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 위기 극복 위한 재정 금융정책 논의할 듯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기재부와 한은은 현재 회동에 앞서 두 수장이 논의할 내용을 실무 선에서 선별하고 정리하는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정부는 한은의 독립성을 존중하면서도 성급한 기준금리 인상에 우려를 표명하고 한은의 신중한 결정을 당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 입장에서는 올해 기준금리를 결정하면서 정부의 의견을 상당부분 반영한 게 사실이다. 지난 6월 한 차례 금리인하를 단행하는 등 저금리 기조를 통해 정부 정책을 측면 지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통화정책의 키를 쥐고 있는 한은이 내년에도 이 같은 정부의 바람을 그대로 따라줄 지는 의문이다. 미국의 금리가 빠르게 인상될 경우 우리만 저금리를 유지하기는 사실상 힘들기 때문이다. 특히 자칫 정부 눈치만 보다 실기할 경우 정책적인 효과가 떨어질 우려도 있다.
지난 1월 오찬 회동에서 두 수장은 "경제 운용의 양축으로서 경제정책과 통화정책의 조화를 이뤄 우리경제의 재도약을 이끌자"면서 좋은 분위기를 연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회동에서도 그때와 같이 좋은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무엇보다 정권 말 경제사령탑의 리더십이 약해진 상황에서 한은이 독립성을 내세울 경우 양측의 갈등이 불가피하다.
정부 관계자는 "두 분이 공식적인 회동은 11개월 만이지만 그동안 국제회의 등에서 자주 만나 대내외 경제 현안에 대한 인식을 공유해 왔다"면서 "이번에도 양 기관이 추진하고 있는 정책방향과 인식을 공유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최영수 기자 (drea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