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배상희 기자] 미국이 1년만에 금리인상을 단행, 통화정책을 긴축으로 전환하고 나섬에 따라 세계 통화 당국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미국이 쏘아올린 초저금리 시대 종식의 신호탄은 이제 전세계 중앙은행으로 향하면서, 대대적인 통화정책의 조정 국면을 예고하고 있다.
최대 관심사 중 하나는 미국 달러화 강세 속에 환율 변동성과 자본유출 확대라는 난관에 노출된 중국 당국이 위안화 환율에 대해 어떤 스탠스를 취할지이다.
2016년 한해 달러대비 위안화 환율은 미국 금리인상이라는 예견된 악재를 앞두고 지속적으로 상승(가치 하락), 연초 6.5위안 선에 머물렀던 달러대비 환율이 현재는 7위안 방어선도 위협받고 있다. 16일 기준 달러대비 위안화 고시환율은 6.9508위안으로, 위안화 가치는 전날보다 0.32% 절하됐다.
해외 투자은행(IB)들은 금리인상 이후 위안화 평가절하 압력이 확대될 것이며, 내년에는 7위안 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해외 IB들은 2017년 1분기 말 달러대비 위안화 예상환율이 6.97위안~7.10위안 범위 안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2017년 말에는 7.06위안~7.40위안 정도를 예상해, 더 큰 편차를 나타냈다.
반면, 중국 당국과 대다수 현지 경제 전문가들은 그간 불안감만을 키워온 '금리인상'이라는 악재가 수면위로 드러나면서, 오히려 중국 경제 전반에 호재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아울러 평가절하 압력이 확대될 수는 있지만 2017년에도 안정 국면을 이어갈 것이며, 중국경제의 튼튼한 펀더멘털(기초체력), 성장모델의 개혁 등이 위안화 환율을 지탱하고 있어 시장에서 우려하는 위안화 파동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 ‘금리인상’ 악재 소진, 위안화 안정세 전망
대다수의 중국 전문가들 또한 당분간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위안화 평가절하 압력 확대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예고돼 왔던 미국 금리인상의 충격을 이미 많이 흡수한 상태고, 미국 또한 달러화의 절상폭을 크게 확대할 가능성은 적다는 점에서 위안화가 급작스런 변동세를 겪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중국 당기관지인 인민일보는 올해부터 시작된 미국 금리인상의 영향에 대해 ‘계단에서 내려오는 발걸음 소리는 들리나, 내려오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 형국’에서 ‘악재가 (실체를 드러내며) 소진되는 형국’으로 전환됐다고 평했다.
다시 말해 2016년 중국 환율 시장이 당장 눈 앞에 보이지는 않지만 서서히 임박해오는 미국 금리인상의 공포로 불안했다면, 현재는 금리인상이 결국 단행되면서 안정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라는 설명이다.
인민일보는 최근 2년간 지속적으로 절상돼온 미국 달러가 향후 일정기간 단계적인 조정기를 갖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전세계적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내년 미국 연준의 추가 금리인상 조치는 시장이 예견하듯 긴박하게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중국 상하이 사회과학원 세계경제연구소의 저우위(周宇) 주임은 “만약 미국이 추가적 금리인상을 단행한다면, 분명히 위안화 환율에 압박이 될 것이며 동시에 중국 통화정책에 대한 견제 또한 심해질 것”이라면서 “다만, 미국 경제 발전은 전세계는 물론 중국 경제의 대외환경 개선에 오히려 유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시장에서 예견하는 전망이 실제 결과보다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면서 "이에 미국 금리인상이라는 악재에 대한 불안감이 소진된 것은 중국에는 오히려 호재가 될 수 있으며, 위안화 환율 또한 지속적으로 안정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장리췬(張立群) 중국 국무원발전연구중심 거시경제연구부 연구원은 “전세계가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충격의 많은 부분을 이미 받은 상태”라면서 “12월 금리인상 자체가 중국은 물론 세계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경제의 회복 국면과 트럼프 시대 하의 미국 정책에도 여전히 많은 불확실성이 남겨져 있는 만큼, 미국 연준은 내년 금리인상에 상당히 신중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천펑잉(陳鳳英) 중국 현대국제관계연구원 세계경제연구소 소장은 “미국도 수출 성장이 필요한 만큼 달러 가치를 대폭 절상할 이유가 없고, 미국 또한 위안화의 평가절상을 원하고 있을 것”이라면서 “미국 금리인상 이후 위안화의 평가절하 압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교통은행(交通銀行)의 롄핑(連平) 수석이코노미스트는 2008년 국제금융위기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ed)는 수 차례 완화정책을 펼쳐왔고, 장기간 초저금리를 유지해왔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러면서 이는 미국 채권, 주식, 부동산 시장 등 경제 전반의 회복을 가져왔고, 이에 경제회복 조짐이 어느 정도 나타나면 다시 금리를 인상하는 것은 자연스런 추세일뿐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해외 전문가들은 내년 미국의 추가 금리인상 주기가 비교적 빠르게 순환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JP모간체이스는 내년 연준이 2차례 정도 금리인상을 할 수 있으며, 첫 번째 금리인상 시기는 3월 또는 5월, 두 번째 금리인상 시기는 12월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무디스는 내년 연준이 2~3차례 금리인상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했다.
◆ 강인한 펀더멘털, 위안화 파동 가능성 축소
중국이 미국 금리인상 시대 속 위안화 환율의 안정국면을 전망하는 또 다른 이유는 중국 경제에 대한 강인한 자신감에 근거한다.
저우위 주임은 “미국 정권이 교체되고 금리인상 주기 전환에 따른 외부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지만, 중국은 내부적으로 이에 대한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많은 강점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저우 주임이 말하는 중국의 강점은 총 세가지다. 중국 경제 성장률이 여전히 전세계 다른 국가와 비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주민소비와 민간투자, 기업이윤 등 지표가 점차 호전되는 추세에 있다는 점이 그 첫번째다. 다음으로 '세계 무역 대국' 중국은 매년 거대한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있고, 이는 위안화 환율을 지탱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마지막으로 위안화가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바스켓에 편입된 이후, 위안화 자산에 대한 해외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것 또한 미국발 충격에도 위안화 환율이 안정국면을 이어갈 수 있는 근거라고 설명했다.
다수의 업계 전문가들은 대외적으로 연준의 금리인상 충격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고, 대내적으로는 중국 경제가 안정 속 발전을 이루는 온중구진(穩中求進) 속에서, 경제 모델 전환을 통한 성장 잠재력을 키우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러면서 (이같은 요소가) 위안화가 높은 가치의 통화로 성장하는 주춧돌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미국 금리인상에 따라 달러 가치가 계속 강세를 띌 경우, 위안화가 단기적으로 약세를 보일 것은 당연하나, 장기적 관점에서 중국 경제의 면면을 볼 때 중국 금융시장과 경제전반에 대한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12월 미국 금리인상을 기점으로 중국 또한 금리인상을 동반한 긴축 스탠스로 전환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관측에 대해 중국 당국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성쑹청(盛松成) 인민은행 참사 겸 조사통계사(司·국에 해당)사장은 “부동산 가격이 높은 편이고, 위안화 가치가 절하기조로 가고 있다는 이유로 금리인상을 하는 것은 너무 이른 결정”이라면서 “현재는 환율을 안정시키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로써 기준금리 인상은 불필요할 뿐 아니라, 가능성도 크지 않다"면서 “과감하게 제안을 하건데, 만약 금리인상 조건에 부합하는 시기가 오면 그때서야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는 말로 미국 주도의 통화 긴축 시대에 동참할 의사는 없다는 뜻을 표명했다.
[뉴스핌 Newspim] 배상희 기자(b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