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중국이 미국 최대 채권국 자리를 일본에 내줬다. 지난 2008년 일본을 제친 뒤 8년만의 일이다.
대규모 자본 유출과 이에 따른 위안화 급락에 제동을 걸기 위해 중국 금융당국이 달러화 자산을 공격적으로 팔아 치운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달러화 <출처=블룸버그> |
16일(현지시각) 주요 외신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중국이 보유한 미국 국채 규모는 1조1200억달러로, 전월 대비 413억달러 줄어들었다. 10월 수치는 2010년 7월 이후 최저치에 해당한다.
뿐만 아니라 중국은 10월 말 기준 1조1300억달러의 국채를 보유한 일본에 최대 채권국 지위를 내줬다.
일본의 미국 국채 보유 물량 역시 전월 대비 45억달러 감소해 3개월 연속 후퇴했지만 중국에 비해 안정적인 추이를 유지했다. 중국과 일본이 보유한 미국 국채 보유 물량은 총 37%로 집계됐다.
세계 최대 규모인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11월 3조500억달러를 기록해 5개월 연속 감소한 동시에 2011년 3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지난 해 6월 보유액은 4조달러에 이르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위안화 방어를 위해 대규모 ‘실탄’을 소진한 셈이다.
2014년 초 이후 중국 외환보유액이 급감한 사이 위안화는 달러화에 비해 15% 이상 급락했다. 올해 초 대규모 자본 유출과 위안화 하락이 글로벌 금융시장에 커다란 혼란을 일으킨 뒤 사태가 진정됐지만 미국의 금리인상과 강달러로 인해 충격이 재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제프리스의 토마스 사이먼스 이코노미스트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와 인터뷰에서 “중국의 달러화 자산 매도와 외환보유액 감소 추이는 가볍게 여길 사안이 아니다”라며 “일부 트레이더들은 중국 금융당국이 벨기에에 예치된 미국 국채를 트레이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가 공개한 데이터에는 국영 금융업체들의 해외 트레이딩 내역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상당 기간 일본이 중국을 제치고 다시 최대 미국 채권국으로 복귀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에스워 프라사드 코넬 대학 교수는 “이번에 역전된 상황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며 “중국의 자본 유출 리스크 뿐 아니라 양국의 통화정책 탈동조화가 심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이 더 이상 미국 정부에 대규모의 저비용 자금을 공급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