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승현 기자] # 전세보증금이 3억5000만원인 집에 살고 있는 김모씨는 역전세난이 심화될 것이라는 많은 뉴스를 접하며 전세보증금을 제대로 돌려받을 수 있을지 걱정이 크다. 지난 1월부터 2년간 계약한 김씨는 임차기간의 절반이 지나기 전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제도를 신청했다.
김씨는 HUG로부터 만일 집주인이 계약기간이 끝난 후에도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으면 HUG가 그 집을 경매로 처분할 것이며 만일 낙찰가가 3억5000만원이 되지 않더라도 HUG가 전세보증금 전액을 돌려줄 것이라는 말을 듣고 안심했다.
내년 1분기부터는 전세 보증금이 5억원(수도권, 지방 4억원)인 집에 살고 있는 세입자도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반환보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지금 4억원(수도권, 지방 3억원)까지인 보증 범위가 확장됐다.
건설사들의 ‘밀어내기 분양’을 방관했다 뒤늦게 시장을 전 방위로 옥죄기 시작한 국토교통부도 이 가능성을 인정하고 전셋집 임차인을 보호할 수 있는 전세보증금 보증제도를 확대키로 결정했다.
앞으로 2년동안 주택시장의 ‘뇌관’으로 떠오를 78만가구 대규모 입주를 앞두고 ‘역전세난’과 ‘깡통전세’ 우려가 현실화되며 집주인들은 지금보다 낮아질 전세 보증금에 더해 돌려줄 돈을 미리 마련해야 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는 29일 발표한 '2017년 경제정책방향'에서 내년 1분기에 주택 전세보증보험 범위를 확대키로 했다. 이는 주택 공급 과잉에 따라 역전세난이 일어난 이후 세입자들의 권리와 재산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제도는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지급해야 하는 전세보증금의 반환을 보증기관이 책임지는 것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서울보증보험(SGI)이 지난 2013년 이후 약 10만가구에 보증을 제공하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HUG는 우선 수도권 5억원, 지방 4억원으로 전세보증보험 대상 전세주택의 한도를 확대한다. 지금은 수도권 4억원, 지방 3억원으로 제한하고 있다. SGI는 전세보증금 한도 제한이 없다. 또한 HUG는 전세보증보험의 보증료율(현재 개인 0.150%, 법인 0.227%)도 인하한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제도는 임차인이 계약기간의 2분의 1이 지나기 전 HUG 등에 신청해야 한다. 신청할 때 집주인의 동의는 필요없다. 보증료는 임차인이 내며 전세 보증금이 4억원이면 60만원(0.15%)이다.
반환보증 신청이 완료되면 임차인이 가진 권리인 ‘전세보증금 반환채권’은 HUG에게 넘어간다. 이후 HUG는 반환채권이 HUG에게 있음을 집주인에게 통보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주택가격이 하락했을 때 전세 임차인의 보증금 반환 어려움이 증가할 가능성에 대비해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을 활성화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집주인이 개인 사정으로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으면 세입자는 HUG에 이 사실을 통보한다. 전세보증금 반환채권 권리를 가진 HUG는 집주인에게 추심을 해 세입자에게 미리 돌려준 보증금 잔액을 받는다.
이 때 HUG는 필요한 경우 해당 주택을 경매로 넘길 수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주택 전세보증에 가입한 후 해당 세입자가 살고 있는 주택 소유자가 보증금을 별 이유 없이 주지 않거나 일부만 준다면 전세권 설정과 상관없이 HUG가 해당 집을 경매로 넘겨 보증금을 받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만일 낙찰가가 전세보증금보다 적어도 임차인에게는 전세보증금 전액을 지급하고 모자란 부분은 HUG가 손실로 처리한다.
이에 따라 입주물량 폭탄을 맞이할 집주인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내년부터 본격적인 주택 입주 과잉이 올 것으로 예상돼서다. 지난 2014년부터 이어진 건설사들의 ‘밀어내기 분양’ 결과 내년부터 본격적인 입주가 시작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오는 2017~2018년 78만 가구가 입주한다. 이는 2년 입주 물량으로는 경기 분당, 일산, 평촌을 비롯한 1기 신도시가 조성된 1990년대 초반 이후 최대 규모다.
입주물량이 단기간에 크게 증가하면 전세물량도 쏟아지며 전세가격을 낮춰도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역전세난’이 발생한다. 지난 2008년에는 서울 잠실에서도 1년 동안 전세가격이 18% 넘게 급락했지만 세입자를 구하지 못한 역전세난이 발생한 바 있다.
특히 최근 2년 동안 주택시장이 살아나며 전국 전세가격이 평균 17.5% 급등하며 ‘깡통전세’의 위험성도 커졌다. 깡통전세는 전세 보증금이 오른 상태에서 집값이 떨어져 집주인이 집을 팔아도 전세 보증금을 세입자에게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이에 따라 집주인들의 위기감이 커질 전망이다. 전셋값이 떨어져 보증금을 세입자에게 빨리 주지 못하면 자칫 집이 경매로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전세권을 설정하지 않으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도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해 경매를 신청할 수는 없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HUG 기준으로 지난해 3900여건이었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신청은 올해 크게 늘어 11월까지 2만2000여건에 육박했다”며 “역전세난이 우려가 커지며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 걱정이 될 세입자들의 신청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승현 기자 (kim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