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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 기업들 최악의 스모그에 집단 엑소더스

기사등록 : 2017-01-05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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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스모그에 '워너비 도시' 베이징에 등돌리는 스타트업
중국 남부, 동북부 대체할 새로운 스타트업 도시로 각광

[뉴스핌=배상희 기자] 중국 베이징 내 적지않은 기업들이 나날이 심각해져가는 스모그를 피해 항저우(杭州)와 선전(深圳) 등 다른 도시로 사업 근거지를 옮기고 있다.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베이징은 든든한 정책적 지원, 유리한 자금조달 환경, 풍부한 인재 자원 등의 강점으로 스타트업(신생기업)에게 가장 매력적인 도시로 평가돼 왔다. 하지만, 매년 반복되는 심각한 스모그에 등을 돌리는 스타트업이 늘면서, 남부 도시들이 새로운 스타트업의 산실로 각광받고 있다. 

중국 대표 스타트업 정보 플랫폼 36Kr이 베이징 소재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베이징 소재 300개 기업이 스모그를 피해 다른 도시로의 이전을 희망하고 있으며, 응답 기업 중 4%는 이미 이전 계획에 착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전을 희망하는 도시는 스타트업의 성공신화를 쓴 알리바바 본사가 위치한 항저우가 25%로 가장 많았고, 이어 선전(23.23%), 상하이(上海,13.13%)의 순이었다.

홍콩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9년간 베이징에서 사업을 운영해온 구준(Gu Jun) 대표는 2017년 춘절(春節∙중국의 설) 이후, 쑤저우(蘇州)로의 기업이전에 본격적으로 착수할 계획이다. 

구준 대표는 “사업 초창기 베이징은 정부의 정책적 지원, 풍부한 인재 자원, 벤처투자자들의 탄탄한 커뮤니티 등으로 많은 혜택을 부여했다”면서 “하지만, 최근 스모그가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되면서 기업 이전을 결정하게 됐고, 10개 부서 중 4개 부서가 기업이전에 동의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이전의 핵심 이유는 베이징 스모그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이나, 쑤저우로 이전할 경우 인건비와 사무실 임대비 등을 줄일 수 있다는 메릿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이어 “쑤저우 정부에서 부여하는 감세와 비용절감 등의 스타트업 장려책도 기대된다”면서 “다만, 베이징과 비교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인재채용과 자금조달이 최대 도전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14년 설립된 모바일 전자상거래 스타트업 니드(Need)의 창업자 또한 “본래 베이징에서 정착할 생각이었으나 스모그로 뒤덮힌 베이징은 건강뿐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어 기업이전을 희망한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동북부 지역의 스모그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 인재와 기업들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면서 “이에 중국 남부 지역이 IT기업과 스타트업의 새로운 본거지로 각광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인적자원 컨설팅 업체 맨파워그룹의 웬디 우 매니징 파트너는 “이미 심각한 대기 오염 때문에 다른 도시로의 이전을 희망하는 기업가들의 자문이 늘고 있다”면서 “지난 몇 년간 기업가 10명중 3명 정도가 기업이전에 관심을 보였지만, 지난해부터는 10명중 6명꼴로 늘어났으며, 베이징의 심각한 대기오염이 주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베이징 부동산 가격 또한 기업들로 하여금 사업 이전을 부추기는 이유로 꼽힌다.

영국 소재의 비영리단체인 '세계 도시 비즈니스 연맹'이 발표한 보고서에서 중국 도시는 세계에서 가장 집을 임대하기 어려운 곳으로 선정됐다. 또 미국 인사관리 컨설팅회사 머서(Mercer)가 발표한 '해외거주자가 살기에 가장 비용이 많이 드는 세계 10대 도시' 보고서에서도 중국 상하이와 베이징이 각각 7위와 10위를 기록해 뉴욕(11위)과 런던(17위)을 월등히 앞섰다.

하지만, 응답 기업의 절반인 53%는 여전히 베이징에 남아 있기를 희망한다고 답했다. 베이징은 스타트업 성장에 반드시 요구되는 최선의 시장과 금융 환경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대체불가능’ 도시라는 평가다. 

실제로 베이징은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 샤오미와 레노보를 비롯해, 창립 4년만에 기업가치 350억달러의 데카콘 기업(기업가치 100억달러 이상의 스타트업)으로 성장한 차량 호출 서비스업체 디디추싱(滴滴出行)을 배출했다.

이와 관련해 트레비스 칼라닉(Travis Kalanick) 우버 창업자는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보다 중국 베이징에서 더 많은 혁신, 더 많은 발명, 더 많은 기업가 정신이 양성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아울러 15년 이상의 사업 경력을 가진 기업가들의 경우 경력 개발, 가족, 비싼 이전비용 등이 기업이전을 꺼리는 주된 이유인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자녀들의 건강을 위해 다른 도시로의 이전을 원하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중국 기상 당국은 지난 3일 베이징 남부와 톈진(天津), 허베이(河北) 중부, 허난(河南) 중동부, 산둥(山東) 중서부, 안후이(安徽), 장쑤(江蘇), 쓰촨(四川) 중서부 등 도시에 대기오염 최고 단계인 적색 경보를 발령했다.

이는 지난 2014년 이후 중국 기상청이 처음으로 발효한 적색 경보다. 이들 지역 대부분은 가시거리가 500m 이하로 떨어졌고, 심한 곳은 50m에도 못 미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베이징과 톈진 공항에서는 심각한 스모그에 새해 연휴  400여편의 항공기 이착륙이 지연되거나 취소되는 사례가 속출하기도 했다.

[뉴스핌 Newspim] 배상희 기자(bs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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