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진성 기자] 보건복지부가 오는 23일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안을 내놓는다. 다만 사회적 비난을 잠재우기 위한 땜질식 처방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 건보료 부과체계를 담당하는 보험정책과는 발표 시점이 2주 남은 지금까지도 최종안을 만들지 못한 채 여전히 수정작업만을 진행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9일 세종특별자치시 세종컨벤션센터에서 교육부, 고용노동부 등 6개 부처 공동으로 '일자리 및 민생안정'분야를 주제로 2017년 업무계획을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보고하면서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안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전면 개편보다는 형평성과 수용성, 재정 지속가능성 등을 고려한 단계적으로 개편으로 선을 그었다. 이날 정진엽 복지부 장관은 "취약계층의 부담이 큰 항목부터 우선 개선하겠다"면서 "개편으로 인한 보험료 인상의 대상 및 폭을 고려해 피부양자는 단계적으로 축소하겠다"고 보고했다.
<사진=보건복지부> |
이에 따라 저소득층에 지나치게 높게 부과되던 건강보험료는 낮아지겠지만, 그동안 가장 큰 문제로 지적돼온 피부양자의 건보료 무임승차 문제는 단계적 확대로 못박으면서 땜질식 개편이라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워졌다. 현행으로는 금융소득과 연금소득, 기타소득이 각각 4000만원을 넘지 않으면 피부양자가 된다.
따라서 금융소득 3600만원과 연금소득 3600만원(공무원연금 월 300만원), 임대소득 3600만원 등 연소득이 총 1억800만원이라도 피부양자로 인정된다. 피부양자는 건보료를 단 한푼도 내지 않기 때문에, 정치권 및 시민단체 등에서 부자증세로 지적돼왔다.
아울러 김종대 전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재임 시절 당시 “내가 퇴임하면 직장 있는 아내의 피부양자가 돼 보험료가 0원이다"면서 "반면 생활고로 자살한 송파 세모녀의 보험료는 5만원이었다"면서 제도의 허점을 비판하기도 했다. 피부양자의 무임승차로 인해 건보료 재정에 구멍이 생기면, 결국에는 국민들의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
이러한 논란이 일자, 지난 2015년 초 복지부는 취약계층의 건보료 완화와 종합소득이 2000만원이 넘는 피부양자를 가입자를 돌리는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석연치 않은 이유로 돌연 연기한 바 있다. 당시 정치권과 시민단체, 또 건보료를 부과하는 건강보험공단 조차도 복지부가 고소득층의 '표심'을 의식해 건보료 개편을 미룬 것이라고 비판했었다.
하지만 복지부는 여전히 표심을 의식한 듯, 대대적인 개편안을 차기 정부로 돌렸다. 실제 건보료 개편안에 대해 정통한 한 고위관계자는 아직까지도 최종안을 만들지도 못했다고 지적했다. 관계자는 뉴스핌에 "지금 복지부는 최종안 조차도 만들지 못한채, 언론이나 정치권에서 문제점을 지적할 때마다 그 부분만 수정하고 있는 처지다"면서 "마지못해 꺼낸 개편안으로 밖에 평가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복지부 관계자는 "선의의 피해자를 만들지 않기 위해 최종안이 늦어지는 것"이라며 "표심을 의식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뉴스핌 Newspim] 이진성 기자 (jin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