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한기진 기자] 한국GM이 지난해 내수자동차 시장점유율로 '9.94%'를 달성했다. 제임스 김 한국GM 사장이 지난해 1월 취임일성으로 "죽기 살기로 시장점유율(내수) 10% 넘기자”고 강조한 목표치에 0.06%포인트 차이로 아쉽게 미달했다.
12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한국GM은 지난해 국내시장에서 전년보다 13.8% 늘어난 18만275대를 판매했다. 내수 점유율도 1.3%포인트 늘어난 9.94%를 차지했다. 1100대만 더 판매하면 2006년(10.6%) 이후 오랜 염원이었던 10% 점유율를 달성할 정도로 양호한 성적이다.
제임스 김 사장이 공언과 달리 10% 달성에 무리수를 두지 않은 것에 대해 한국GM 고위관계자는 “ 그는 이기는(winning) 경험의 축적이 회사 문화로 자리잡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서 "작년에 한국GM출범 이후 최대 판매량을 기록한 것이 큰 자산이 됐기 때문에 10% 목표 달성에 연연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실제 자동차업계도 목표치 달성에 의미를 뒀다면 달성 가능했다고 인정한다. 즉 "10% 달성에 의미를 뒀다면 대리점에 막판 밀어내기로 목표를 달성했을 것"이라는 평가다.
제임스 김 한국GM 사장이 지난해 '더 뉴 트랙스(The New Trax)'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김 사장이 지난해 호실적 낸 데는 크게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한국소비자 니즈를 정확히 파악한 통찰력과 미국 본사와 소통 능력이다.
지난해 4월 출시 이후 같은 해 6~10월까지 내수 1위를 차지했던 뉴 말리부 출시가 대표적 사례다. 앞서 출시한 말리부는 웅장하고 듬직한 이미지로 중장년층이 주고객층이었다. 하지만 뉴 말리부는 디자인을 보다 날렵하고 세련되게 바꿔 젊은 층의 시선을 붙잡았다. 자연흡기 방식이 아닌 다운사이징 기술을 도입한 터보엔진과 연비에 도움이 되는 차량감량으로 출력까지 잡아 수요층을 확대했다.
소형 SUV 트랙스도 작년 10월 미국에서 들여와(한국생산) 기아자동차의 니로를 따돌리고 점유율 2위를 차지했다. 차는 작지만 최고 출력이 130~140마력에 달해 90~126마력에 불과한 경쟁 모델보다 앞서는 게 성공 포인트로 꼽힌다.
또한 한국GM 최초의 한국계 CEO로 미국 본사의 노사관계의 불안감을 달랜 것도 성공 요인이라는 평이다.
제임스 김 사장은 “한국엔 독특한 ’한국만의 표준‘이 있어 노동유연성 확보가 너무 어렵다. 한국GM은 매년 1만7000명이 가입한 노조와 임금협상을 한다. 소모적이고, 무엇보다 본사는 이런 노사환경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의 작년 7월과 8월 부분파업이 있기도 했지만 임단협을 9월 조기에 마무리했다.
그는 마케팅의 귀재로 통한다. 1962년생인 그는 초등학교 재학시절 미국으로 건너가 UCLA 경제학과와 하버드대 경영학전문석사(MBA) 학위를 취득하고 미국 AT&T 본사 마케팅 총괄로서 1992~1995년 동안 근무했다.
2005년 한국에 돌아와 오버추어코리아 대표를 맡으며 회사 매출을 2배 이상 늘린 성과를 인정받아 오버추어 아시아지역 총괄사장으로 승진했다. 2009년부터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되고 2013년에는 미국상공회의소(암참) 회장도 지냈다. 암참 60년 역사상 회장을 한국계 미국인이 맡기는 처음이다. 2015년 한국GM에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영입됐다.
제임스 김 사장의 올해 승부수는 크루즈와 쉐보레 볼트 순수 전기차(EV)다. 오는 17일 신차발표회를 갖고 본격적인 세일즈에 들어간다. 크루즈는 9년만에 선보이는 풀체인지 모델이라 큰 기대를 하고 있다. 또한 볼트 EV는 1회 충전 주행거리가 383km로 국내 출시된 전기차 중 최장거리를 자랑한다.
앞서 한국GM 관계자는 "지난해 뉴 말리부, 스파크, 카마로에 이어 올해는 크루즈와 볼트에서 승부수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