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훈 정경부 기자> |
[뉴스핌=조세훈 기자] '왕의 귀환'이라 불릴 만했다. 12일 점심 즈음부터 인천국제공항에는 수백 명의 인파가 모여들었다. 10년 간 '세계의 대통령'의 임기를 마친 반기문 전 유엔(UN)사무총장을 열렬히 환영하기 위함이다. 취재진과 지지자가 뒤엉켜 공항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지만 이런 모습이 흥미로운지 사진을 찍는 이들도 더러 있었다. 준비만 잘 되었다면 유력 대권주자이자 국제적 인사인 반 전 총장의 귀환은 아름답게 마무리 됐을 거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장은 '아수라장'이었다. 환영 준비는 미흡했다. 좌우 두 개의 연단과 서로 뒤엉킨 두 개의 플래카드가 그 단면일 것이다. 지지단체가 마련한 연단은 F 출구의 좌, 우측에 각각 마련됐다. 한 행사 관계자는 반 전 총장의 공식브리핑 장소가 어디냐는 기자의 질문에 "저 연단(우측)은 누가 마련한지 모른다. 우리는 반 전 총장이 여기서 발언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그 다음 답변은 더욱 놀라웠다. 한 기자가 11일 공식 활동을 시작한 마포팀의 메시지를 전하자 그는 "그 팀이 공식적인 팀인지 모른다. 대변인이 임명되었다는 이야기도 못 들었다"고 밝혔다. 반 측 인사는 많았지만 서로 누구인지,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알지 못했다. 말 그대로 오합지졸이었다.
그런 와중에 반 전 총장이 발언할 연단(좌측)에서 소란이 발생했다. 각 팬클럽이 자체 제작한 플래카드를 서로 달겠다고 다투는 모습이었다. 고성이 오갔고, 양보와 배려의 미덕은 찾아볼 수 없었다.
세계 1위 인천국제공항은 금세 '3류'처럼 보였다. 공항을 이용하는 외국인과 국민은 다툼과 무질서에 불편을 겪어야 했고 공항 측에 '볼멘소리'를 남기는 이용객도 더러 보였다. 조금만 배려하고 준비했더라면 보이지 않을 수 있었던 모습이었다.
공항에서 내린 반 전 총장은 지지자들의 환영을 받으며 준비된 연설문을 읽었다. 반 전 총장의 첫 일성은 '국민대통합 실현, 패권과 기득권 내려놓기, 배려와 희생정신 역설'이었다. 그의 말처럼 우리 사회는 분명 통합이 필요하고 배려가 필요할 때다. 연설내용으로만 보자면 흠잡을 곳이 없었다.
공자는 군자(君子·통치자)의 지향점으로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濟家治國平天下)'를 역설했다. 모름지기 리더라면 큰 포부도 중요하지만 가까운 지인, 그를 돕겠다는 주변 사람들부터 무질서, 이기심, 분열이 분출되지 않도록 다듬는 게 먼저다. 박근혜 정부의 몰락이 주변 사람의 관리 실패였다는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디테일을 놓쳐서는 훌륭한 리더가 될 수 없다.
[뉴스핌 Newspim] 조세훈 기자 (askr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