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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핌 이진성 기자] 지난 2014년 정부가 담뱃값 인상안을 발표하기에 앞서 담배회사들이 사전에 이를 알고 재고 조정 등 대응에 나섰던 배경에는 기획재정부의 업무 태만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담배회사들은 담뱃값 인상 고시 시행 직전 1~2일 동안 2014년 1~8월중 일평균 반출량보다 5.7배에서 최대 22.9배에 달하는 담배를 대량으로 방출했다. 담뱃세는 제조장에서 유통망으로 담배를 반출할 때 부과한다. 담배회사들은 이러한 사실을 악용해 미리 낮은 세율을 적용받는 물량을 대량으로 밀어내는 꼼수를 부린 것이다.
뉴스핌 취재 결과, 당시 기획재정부 출자관리과에 한국담배협회 소속 직원이 파견근무 중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출자관리과는 담배사업법 시행규칙을 마련하는 핵심 부서로 담뱃값 인상안을 담당한다.
정부 한 고위관계자는 17일 "담배협회 소속 직원은 담배사업법 시행규칙을 담당하는 사무관이 자리에 없으면 대신 민원까지 받았을 정도로 내부 정보를 대부분 알고 있었다"면서 "담배회사를 대변하는 협회 직원이 담배사업법을 제정하는 부서에서 근무하는 것에 대해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 고위 관계자는 "담배회사들은 사전에 담배협회 직원 등으로부터 정보를 전달받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당시 기재부와 보건복지부는 사전정보 취득과 부당이익 챙기기를 막기 위해 담배회사 관계자들의 국회 및 청사 출입을 엄격히 제한했다. 하지만 정작 핵심 부서인 기재부 출자관리과에 담배협회 직원이 버젓이 상주하고 있어, 정보가 새나갈수 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사진=뉴시스> |
감사원은 최근 기재부의 법적 준비가 미흡해 KT&G가 담뱃값 인상 당시 재고량을 지점에 미리 풀어두는 방식으로 3300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앞서 감사원은 이러한 방식으로 2800억원 대의 부당이득을 취한 필립모리스와 BAT 등 해외담배사를 탈세혐의로 고발조치했다.
감사원은 이와 함께 기재부 담당자 두 명에 대해서도 경징계 이상의 징계 처분을 권고했다. 감사원도 담배회사의 탈세가 기재부의 업무태만에서 비롯된 것으로 판단했다는 방증이다.
감사원은 "기재부가 담뱃값 인상안이 사전에 유출되면, 반출량이 급격히 증가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 채 고시 시행 계획을 포함한 문답자료를 사전에 작성해 배포하면서 담배회사들이 이를 알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기재부는 감사원의 감사 이후 문제가 더 불거질 것을 우려해 해당 담배협회 직원이 상주하던 자리(TO)를 폐쇄조치했다.
담배업계 관계자는 "기재부에 담배협회 직원이 상주하게 된 배경은, 한국담배인삼공사가 공기업이었을 당시 정부의 국민친화정책 등 업무효율성을 위한 소통창구가 필요했기 때문"이라며 "한국담배인삼공사가 민영화된 이후에는 자리를 없애야 했지만, 기재부는 관습이란 명목 아래 한국담배협회 직원을 대신 파견받아 자리를 이어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당시 파견나온 직원은 기재부 담당과의 유관업무를 담당했고, 업무영역에서도 이렇다 할 제약 없이 내부 정보를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관부처인 복지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담뱃값 인상 전 담배회사들이 재고를 축적한 정황은 알고 있었지만, 기재부 안에 담배협회 직원이 상주하고 있었는지는 전혀 몰랐다"면서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상황이 드러났지만, 정부가 담배회사들의 부당이득을 환수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한 담배회사 고위 관계자는 "BAT와 필림모리스 등이 정부의 과징금에 대해 유통망 구조 때문에 불가피했다는 내용으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편법이 명확해 보이지만, 현행 법상으로는 이러한 이유만으로 담배회사에 100% 책임을 묻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현재 담배협회 파견 자리는 폐쇄했다"면서 "현재 출자관리과에는 당시 근무했던 직원이 남아있지 않다 보니 자세한 내용을 알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뉴스핌 Newspim] 이진성 기자 (jin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