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지현 기자] 금융당국의 개인 신용평가체계 개선한다고 발표하자 저축은행업계가 반색이다. 신용등급 하락을 우려해 저축은행 대출을 꺼려왔던 우량고객이 유입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다만 대형 저축은행들이 우량고객 모집에 주력하면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이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6일 '개인신용평가 체계 개선안'을 발표했다. 올 상반기 중에 저축은행이나 카드론 등 제2 금융권 대출을 이용하면 은행 대출 이용자보다 신용등급이 더 많이 하락하는 문제를 개선하기로 했다. 장기적으로는 1~10등급의 신용등급제 대신 1~1000점의 신용 스코어제로 전환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저축은행 대출을 한 번 이용하면 신용등급이 평균 1.7등급 하락했다. 신용등급이 1등급이던 소비자가 제2 금융권 대출을 이용한 뒤 더 이상 은행을 이용하지 못하는 사례도 있었다.
금융위는 대출 금리대별로 신용평가를 달리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즉 저축은행을 이용하더라도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우량고객의 신용평점은 덜 떨어뜨리고, 높은 금리로 대출을 받는 이용자는 더 많이 떨어지는 식이다.
저축은행업계는 금융위의 신용평가 체계 개선안이 시행되면 우량고객의 유입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이렇게 되면 신용등급 하락 우려로 저축은행 대출 이용을 꺼렸던 우량고객이 이용할 수 있게 된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특히 최근 저축은행들은 사잇돌대출뿐 아니라 10% 내외의 자체 중금리대출 상품을 출시하고 있어 이용고객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그 동안 다양한 중금리대출 상품에도 불구하고 우량 고객들이 저축은행 이용을 꺼려왔던 것은 신용등급의 급락 때문이었다"며 "이 문제가 해결되면 이들의 저축은행 대출상품 이용이 늘어나고, 업계 입장에서도 우량고객 확보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축은행 간 금리인하 경쟁도 기대해볼 수 있다. 금리가 낮을수록 신용평점에도 유리한 만큼, 우량고객 확보를 위해 은행들이 금리 수준을 더 낮출 것이라는 전망이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그 동안 저축은행들은 대출 이용시 신용등급이 크게 하락하는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꾸준히 요구해왔다"며 "금리 수준에 따라 신용평가 체계를 달리 하게 되면 금융사들은 금리를 더 낮추려는 노력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저신용자들의 저축은행 이용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저축은행 이용자의 대부분은 신용등급 4~7등급의 고객이다. 하지만 이번 신용평가 체계 개선으로 혜택을 보는 고객은 1~3등급의 우량고객이다. 따라서 저축은행들이 우량고객 확보에 집중하면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에는 소홀해질 수 있다는 것.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이번 개선안은 합리적인 신용평가 체계를 만드는 취지에서 추진되고 있는 것이지만, 저신용자 같은 경우 기존과 달라질 것이 없다"면서 "오히려 우량고객에 대한 이점이 커지면 저축은행들이 우량고객에만 집중하고 저신용자 대출에는 소홀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들이 사잇돌대출이나 중금리대출 상품이 출시됐다고 해서 일반 대출 상품 취급을 줄이지는 않았다"면서 "마찬가지로 신용평가체계가 바뀌어도 저축은행들이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을 축소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지현 기자 (jhlee@newspim.com)